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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총격범 'CIA 아프간 부대 출신'…트럼프, 反이민·軍 치안투입 박차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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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총격범 'CIA 아프간 부대 출신'…트럼프, 反이민·軍 치안투입 박차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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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동기 미확인, 친구 "정신건강 문제"
'치안 불안·안보 위협' 정치적 명분 삼아
트럼프, 군 투입·이민장벽 강화 가능 ↑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경찰이 주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총격을 받은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웨스트버지니아주 주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부상한 채 체포됐다. 워싱턴=AP 뉴시스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경찰이 주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총격을 받은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웨스트버지니아주 주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부상한 채 체포됐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이 조직·운영한 아프가니스탄 대테러 부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의 범행 동기가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복무 이력과 범행 간 연관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제닌 피로 워싱턴 검사장은 27일(현지시간)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총격범이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29세 남성 라마눌라 라칸왈이라고 밝혔다. 라칸왈은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 배치돼 대테러 부대인 '제로부대'에서 탈레반·알카에다·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조직을 겨냥한 위험하고 치명적인 야간 급습 작전과 체포 임무를 수행했다.

제로부대는 공식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DS) 소속이지만, 실제 지휘권은 CIA가 행사해 임무의 비밀성과 독립성이 매우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사살돼 국제사회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CIA는 이를 탈레반의 선전이라며 부인해왔다.

제로부대 소속 대원들은 탈레반에게 ‘가장 처단하고 싶은 배신자’ 1순위였기에 미국은 2021년 아프간 철수 작전 당시 이들 부대원과 가족을 최우선으로 대피시켰다. 이에 따라 라칸왈도 같은 해 9월 '동맹 환영 작전'을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그의 거주지는 워싱턴주 북서쪽 캐나다 접경 지역 해안 도시인 벨링햄으로, 아내와 5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곳에서 범행을 위해 워싱턴으로 자신의 차를 몰고 이동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피로 검사장은 이에 근거해 "미국 수도를 표적으로 삼을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피로 검사장은 범행 동기에 대한 질문에 "아직 언급하기 이르다"라고만 답했다. 라칸왈의 고향 친구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라칸왈이 정신건강 문제와 부대 작전의 사상자들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워싱턴에 주방위군 500명 추가 투입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미국 전역에서 전개된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에서는 반(反)이민 정책과 주방위군 투입에 대한 반대 구호가 나왔다. 하지만 라칸왈에게 피격된 주방위군 2명 중 1명인 새라 벡스트롬(20·여)이 사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안 불안과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바탕으로 '이민 장벽 강화'와 '일부 주요 도시 치안을 위한 군 투입'이라는 주요 국정 과제에 다시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 요청에 따라 워싱턴에 주방위군 500명을 추가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출신자 이민 심사 중단과 아프간을 포함한 19개 우려국 출신자의 영주권 재조사 방침 등 장벽 강화 조치도 즉각 발표됐다.

샌프란시스코= 박지연 특파원 jy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