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고공행진하면서 외환당국이 '서학개미'를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카드를 꺼냈지만 실질적으로 대규모 달러수요 요인인 서학개미 변수를 제쳐둔 상황에서는 '반쪽 대책'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으로 달려가는 개인 투자자들을 막을 뾰족한 방법 없다 보니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메시지에 혼선도 빚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어제(27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추가 과세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서학개미' 세제상 페널티 가능성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정책이라는 것이 상황 변화가 되면 언제든 검토하는 것이고 열려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자 진화에 나선 것입니다.
해외주식 투자자는 연 250만 원을 초과하는 양도차익에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사실상 비과세 특혜를 받는 국내주식과 비교하면 이미 높은 세금을 부담하다 보니 추가 과세엔 반발이 클 수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우려에 "레벨(수치)에 대해서 걱정은 안 한다"면서 "지금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국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분들이 해외 투자를 많이 해서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 물어봤더니 '쿨해서'라고 답하더라"면서 "이런 것들이 유행처럼 커지는 면에서는 걱정이 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총재는 또 "(환율 상승이) 외국인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면 변화가 어렵겠지만, 우리(내국인)의 쏠림을 막아주면 빠르게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국내 주식의 펀더멘털 매력이 떨어지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해외투자 행태 자체를 비판대에 올린 뉘앙스여서 부적절한 발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외환당국은 서학개미를 어쩌지 못하다 보니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최근엔 국민연금과 직접 4자 협의체를 꾸려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당장 치솟는 환율을 잡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노후자금 동원'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윤철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연금을 동원하려는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창용 총재도 "(국민연금이) 해외로 돈을 많이 가져갈 때는 원화 가치 절하, 가지고 들어올 때는 절상이 발생한다"며 이어 "절하 국면에서는 원화 표시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장부상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노후 자산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 헤지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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