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3개월 내 인하·동결 전망, '5대 1' 에서 '3대 3' 으로
환율 변동성·집값 상승·물가 불안…금리 인하 당위성 약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최근 치솟는 환율과 집값, 물가 상승 압박 속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은 3명, 동결 의견도 3명으로 이전 '5대 1' 구도에서 인하 전망이 크게 줄었다.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며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 상승과 물가 전망치 상향 등 경제 지표가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은, 4차례 연속 금리 동결…향후 인하 여부도 '불투명'
한은 금통위는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이는 7월, 8월, 지난달에 이은 4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동결, 1명(신성환 금통위원)은 인하 의견을 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향후 금리인하 여부다. 앞서 8월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나머지 1명은 동결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어 지난달 회의에서는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2명은 동결 견해를 냈다.
이날 회의에서는 6명 중 3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나머지 3명은 동결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제시하며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은 점점 줄고, 동결 목소리가 커진 셈이다.
이 총재는 "동결 가능성을 제시한 3명은 환율 변동성이 상당폭 확대되고 물가에 대한 우려도 다소 증대된 만큼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변화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인하 가능성을 제시한 3명은 성장 경로의 상·하방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고,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올해 2월과 5월 추가 인하를 단행해 총 1%포인트(p) 인하를 실시했다. 이후 7월, 8월, 지난달에 이어 네 번째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불안한 환율·부동산·물가에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금리 인하 당위성 약화
동결 여부를 넘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기조 자체가 약화한 정황도 나타났다. 향후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추가 인하가 종료될 가능성도 생겼다.
금통위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기조는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이번 결정문에서는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 등의 문구를 썼다.
즉 '인하 기조 유지'가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가 '추가 인하 여부'로 바뀐 것이다.
이 총재는 "양 의견이 반으로 나뉜 케이스"라며 "(금통위원 중) 3명은 금리 인하기가 종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고 3명은 아직도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환율 변동성을 보면, 당분간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달러·원 환율은 이달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4일 야간 거래에서는 1479.4원을 기록하며 1480원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재과열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11월 셋째 주(11월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0% 올랐다. 경기도도 상승률 0.11%로 직전 주(0.10%) 대비 상승 폭이 소폭 확대됐다.
잠잠했던 물가가 다시 변수로 떠오르는 것도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1%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각각 0.1%p, 0.2%p씩 올렸다. 물가가 오르면 오히려 금리를 높일 필요가 커진다.
이 총재는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고환율로 인해 물가가 굉장히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향후 물가 경로는 환율 및 국제유가 움직임, 경기 개선세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 속도도 금리 인하 유인을 줄였다. 한은은 이날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1.0%와 1.8%로 전망하며, 지난 8월 전망치(0.9%, 1.6%)보다 각각 0.1%p, 0.2%p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한·미 무역 협상 타결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이라며 "소비 측면에서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경제 심리 개선의 영향이 커지면서 회복세가 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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