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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길 터준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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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길 터준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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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런 조례! 저런 조례! l 서울시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 조례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종묘 일대의 모습.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종묘 일대의 모습.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인근 세운4구역에 최고 145m 높이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재개발 계획을 공시하며 국가유산청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를 가능하게 한 서울시의회 조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초고층 빌딩 건립의 길을 터준 조례는 서울시의회가 2023년 9월15일 본회의에서 가결한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김규남 의원(국민의힘·송파1)이 발의했다. 핵심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외의 규제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추상적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문화재 반경 100m 이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밖이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인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19조 제5항을 없앴다.

당시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문화재보호 조례 제19조 제1항부터 제4항은 국가 및 시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정하여 이 지역 내의 건설공사 시행이 지정문화재 등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 여부를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같은 조례 제19조 제5항은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항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에 대해서도 포괄적·추상적 규제를 두고 있어 이를 삭제해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문화재와 시민의 삶이 공존·상생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19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시지정문화재 보존지역 범위를 각각 보호구역 외곽경계 100m 이내와 50m 이내로 지정해 보존지역에서 건설공사를 시행할 경우 △문화재 주변 건축물 높이 기준을 초과하거나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문화재 보호구역 경계에 직접 접해 있는 지역 등에 대해 문화재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인지와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건설공사에 대한 인허가를 행하는 시장 또는 구청장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건설공사 시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하고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등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서울&과의 통화에서 “조례 개정 당시 종묘를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었고 지역구(송파구 풍납동) 주민들이 문화유산 규제로 고통받는 상황을 고려해 여러 조례를 살펴보다 보존지역 밖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며 “풍납동 문화유산의 경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밖의 지역까지 유산청이 규제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생겨 해당 조항을 삭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위법에 위임된 사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구를 지정하는 것이지,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유산청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당시 세 군데 법률 검토를 거쳐 개정에 나서게 됐다”며 “이번에 나온 대법원 판결도 같은 취지”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의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유산청이 규제기관이다보니 서울시와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만큼 양자 대화보다는 국무조정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실이 나서서 3자 대화를 통해 조정·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건물 높이의 문제라기보다 지정 범위 등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이를 명확하게 정립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이민경 대변인은 지난 17일 국가유산청장이 제안한 관계기관 회의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8일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2배 가까이 올렸을 때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이미지를 공개하며 “기를 누를 정도로 압도적인 경관은 아니다”라며 “(김민석 국무총리가) 극한 갈등 국면에 화력을 보태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2023년 8월14일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조례안 발의에 찬성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은 국민의힘 28명이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한신(성북1) 의원만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어 9월11일 열린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단 1명의 이의 없이 가결했고, 15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는 재석의원 61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61명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문화재 보호 조례는 지난해 5월 폐지되고 ‘서울특별시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로 대체 입법됐다.

박상현 객원기자 shpark0120@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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