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0원대 고환율·수도권 집값 상승에 금통위 고민 깊어져
성장률 0.9→1.0%로 상향 전망…내년엔 1.8% 안팎까지 반등 예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최근 1470원대까지 치솟은 고환율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맞물리며 현 기준금리(연 2.50%)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 전문가 조사에서는 100명 중 96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는 지난 10월 금통위 직전에 실시한 조사보다 14명 더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고환율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동결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한다.
달러·원 환율은 1460~1470원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금리 인하 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집값 역시 부담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7% 올라,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내수 상황만 보면 인하 여지가 있으나 부동산 안정이 더 중요해진 구간"이라며 "금융안정 부담이 정책 판단에 크게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26일 서울 명동거리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 시세가 안내되고 있다. 2025.11.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1500원 위협하는 환율…집값 상승에 동결 압력 확대
최근 1400원 후반대의 높은 환율 흐름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을 향한 조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달러지수가 낮아졌는데도 달러·원 환율만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한국 경제 펀더멘털 약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1500원대 안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미투자 확대로 외환 완충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적 요인으로 외환정책 여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도 부담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주보다 0.17% 올랐다. 주간 상승률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전 0.54%에서 0.17%로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한은 총재가 강조한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동결 요인"이라며 "내수 경기를 보면 인하 필요성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이 선결 조건"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전문가들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으며, 향후 인하 경로에 대해서도 '상반기 인하 재개'와 '사이클 종료' 등 두 갈래로 전망이 나뉜 상태다.
앞서 뉴스1이 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내년 상반기 중 인하를 재개해 기준금리가 2.25%로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6명이었으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이번 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끝났다는 '종결론'도 4명에 달했다.
상반기 인하 재개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아웃풋 갭이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아 한 차례 인하가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 "경기 회복세와 환율·집값 부담을 감안하면 인하 필요성이 이미 크게 약해졌다"며 인하 종료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1.24/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
이창용 "정책 방향 전환은 데이터 따라"…인하 사이클 종료 신호로 해석되기도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으로 인해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통화완화 사이클은 유지하되 규모·시기·방향 전환 여부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방향 전환' 표현을 두고 추가 인하 중단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며 국채 금리가 단기적으로 상승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데이터 중심 원칙을 재확인한 발언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개선과 성장률 회복이 이뤄지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아웃풋 갭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금융안정 문제로 하지 못한 인하를 뒤늦게 진행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내년 상반기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양호하게 보고 있어 이창용 총재 임기 내 추가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며 "구조적 요인 등을 고려하면 2027년에야 인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올해 성장률 1.0~1.1%로 상향…내년 1.9% 안팎 성장 무게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완만한 내수 회복세를 반영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1.8% 내외)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스1의 채권 전문가 설문에서 대다수는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올해 0.9%·내년 1.6%)보다 0.1%포인트(p)~0.3%p가량 상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은 1.0%~1.1% 수준으로, 내년 성장률은 1.8%~2.0% 수준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내년도 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 1.8%와 비슷하거나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조용구 연구원은 "순수출이 플러스(+) 기여를 이어가고 있고,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등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 흐름이 유효하다"며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기존 0.9%에서 1.0%로, 내년은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여삼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윤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이 선방하고 있고, 내년에는 기업들의 설비 투자와 데이터센터 등 건설 투자도 일부 살아날 것"이라며 "관세협상으로 하방 리스크가 제거됐고, 금융기관들도 내년 기업 지원책을 적극 고민하고 있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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