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어려워지자 중소형으로 매수세
규제 대상 15억원으로 ‘키맞추기’
규제 대상 15억원으로 ‘키맞추기’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여럿 붙어 있다. [연합] |
#. 성동구 성수동의 트리마제 25㎡(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5일 13억2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0월까진 12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단숨에 13억원을 돌파했다.
#. 영등포구 신길동에 소재한 신축 아파트 더샵파크프레스티지 84㎡는 지난 7일 14억94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 달까진 2층 매물이 10억6000만원에도 거래되던 아파트였다. 하지만 가격이 15억 턱밑까지 올랐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세 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는 동안 서울에서 15억원 미만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두 차례의 대출 규제안을 내놨지만 오히려 대출 한도 축소가 덜한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모이며, 중저가 아파트 값이 15억원 턱밑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형이 대형 아파트 상승폭 추월…아파트값 밀어올린 ‘규제의 역설’
25일 KB부동산 11월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중소형(40㎡ 이상 62.8㎡ 미만) 아파트의 평균값은 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출규제 시행 직전 5월(8억8833만원) 대비 11.71% 급등한 9억9238만원(10일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형(40㎡ 미만)·중형(62.8㎡ 이상 95.9㎡ 미만)·중대형(95㎡ 이상 135㎡ 미만)·대형(135㎡ 이상) 등 전 면적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정부는 6·27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는데, 이 과정에서 줄어든 대출 한도로 매수가 가능한 아파트의 값이 오른 것이다. 특히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선 15억원을 넘는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자, 15억원 아래 서울 집값이 일제히 올랐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중형 아파트는 같은 기간 평균 매매가가 13억1988만원에서 14억6847만원으로 11.26% 상승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이 안개로 뿌옇게 보인다.[연합] |
6·27 대출규제가 나오기 전에는 서울 대형 아파트가 평균 30억5145만원(지난해 11월 기준)에서 33억2510만원(올해 6월 기준)으로 6개월만에 8.97% 상승해 오름폭이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론 중대형 아파트가 17억807만원에서 18억5061만원으로 8.35% 올라 그 다음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형과 중소형은 각각 6.12%, 5.03% 올라 상승폭이 미미했다.
하지만 주택가격 기준을 15억원, 25억원으로 쪼개 임의의 ‘대출 절벽’을 만들자, 매매가 가능한 가격대로 수요가 쏠리기 시작했다.
실제 오름세는 가격대별로 대출 한도를 줄인 10·15 이후 15억원 미만 가격대에서 더 가팔라졌다. 평균값이 36억1775만원인 대형과 20억3644만원인 중대형은 10월 이후 한달간 상승폭이 각각 1.1%와 1.8%였지만, 15억원 미만인 중형(14억6847만원·1.95%), 중소형(9억9238만원·2.35%), 소형(4억6959만원·2.10%)은 그보다 컸다.
강남은 쏠림현상 더 심해…전문가 “15억 아래 집값 오른다”
특히 고가 단지가 몰린 강남권으로 갈수록 더 심화했다. 강남 11개구의 중소형 아파트는 지난 5월부터 이번 11월까지 평균 10억6283만원에서 12억223만원으로 13.12%나 급등했다. 중형도 같은 기간 15억9419만원에서 17억9363만원으로 12.51% 올랐다. 12평이 조금 넘는 소형 아파트도 5억21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11.77% 급등해 6억을 목전에 뒀다.
실제 대출이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한 중소형 아파트는 현재도 계속 몸값을 높이고 있다. 송파구 장지동에 소재한 송파위례24단지꿈에그린 아파트 51㎡는 지난 30일 13억98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9월까지만 해도 11억~12억원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동작구 신대방동에 소재한 보라매자이더포레스트도 9월까지 12억~13억원에 거래되던 59㎡가 10월 10월 들어 최대 14억원대에 거래 중이다.
전문가들은 임의 가격구간을 기준으로 한 대출규제는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15억원 아래 가격을 형성하던 아파트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며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15억원 이하까지만 6억원 대출이 나오니 13억원, 14억원하는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겠느냐”며 “집주인들은 실거래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굳히고, 결국 15억원을 빠르게 넘기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