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코인이 결국 ‘살인무기’ 됐다...돈에 눈 멀어 테러조직 학살 방조했다는데

매일경제 안갑성 기자(ksahn@mk.co.kr)
원문보기

코인이 결국 ‘살인무기’ 됐다...돈에 눈 멀어 테러조직 학살 방조했다는데

속보
김정은 부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주애 첫 동반
세계 최대 가장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하마스 공격 희생자들로부터 반테러법 피소
검은 돈 인지하고도 자금세탁 도운 혐의
“하마스·헤즈볼라 등 10억달러 이상 도움”

범죄 인정되면 3배 배상 악재 맞을 수도
베네수엘라 금 밀수 연루 의혹도 제기
경영진 2명 피소에 4건 유사 소송 직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 희생자와 유가족들로부터 ‘반(反)테러법’ 위반 혐의로 피소당했다.

원고들은 바이낸스가 하마스를 포함한 테러 단체들의 10억달러(약 1조 3500억 원)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를 “알고도 도왔다”고 주장하며, 이미 불거졌던 바이낸스의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준수 위반 논란이 테러 자금 조달 의혹으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 “수익 위해 불법 활동 방치”... 10억 달러 조력 의혹 제기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요원으로 알려진 바이낸스 계정 소유자(Binance Account No. ***5345)의 사진. 2021년 5월 하마스 요원의 장례식에서 운구자로 활동하는 모습이다. [출처=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요원으로 알려진 바이낸스 계정 소유자(Binance Account No. ***5345)의 사진. 2021년 5월 하마스 요원의 장례식에서 운구자로 활동하는 모습이다. [출처=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


25일 블룸버그와 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에서 공개된 소장에 따르면 하마스 공격의 피해자와 가족 300명 이상이 바이낸스와 공동 창립자인 자오창펑(CZ), 최고 경영진인 첸광잉(Guangying Chen)을 미국 반테러법(Anti-Terrorism Act)의 ‘테러 지원자 정의 조항(Justice Against Sponsors of Terrorism Act)’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리 월로스키 변호사는 성명에서 “회사가 가장 기본적인 대테러 의무보다 수익을 선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바이낸스가 10월 7일 만행을 저지른 이들에게 수억 달러의 자금을 ‘고의로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은 바이낸스가 하마스,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이란 혁명수비대(IRGC) 등 미국 정부가 지정한 외국 테러 조직(FTO)들의 10억달러 이상의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소장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불법 활동을 위한 피난처로 스스로를 의도적으로 조직했으며, 테러 조직이 통제하는 특정 계정이 고객 중 하나임을 알고 있었다”고 적시하며 이 자산들이 “테러 공격에 사용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과거 유죄 인정 후에도... ‘베네수엘라 금 밀수’ 등 구체적 정황 제시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 웹사이트에 게재된 것으로 알려진 아카이브 영상 튜토리얼 캡처 화면. 암호화폐 기부 계좌를 만들 거래소 목록에 바이낸스(Binance) 로고가 명시돼 있다. [출처=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 웹사이트에 게재된 것으로 알려진 아카이브 영상 튜토리얼 캡처 화면. 암호화폐 기부 계좌를 만들 거래소 목록에 바이낸스(Binance) 로고가 명시돼 있다. [출처=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


이번 소송은 바이낸스가 지난 2023년 11월 이미 돈세탁 방지법 위반을 인정하고 43억달러(약 5조 80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으며, 당시 CZ가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고 유죄를 인정했던 사건보다 더 구체적인 테러 자금 연루 정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284페이지에 달하는 소장은 하마스 및 헤즈볼라와 연계된 구체적인 디지털 지갑 정보를 상세히 제시하고, 일부 불법 활동은 바이낸스가 유죄를 인정한 이후에도 지속되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의 범죄 조직이 불법적으로 채굴한 금을 이란으로 밀수하고, 이 자금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테러 활동 자금으로 사용되는 과정에 바이낸스 플랫폼이 연루된 정황을 상세히 폭로했다.


피해자들은 한 26세 베네수엘라 여성이 “헤즈볼라의 금 밀수 네트워크를 위한 간판 역할”을 했으며, 1억 770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아 4300만달러를 현금으로 인출했다고 지목했다.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FinCEN)은 과거 바이낸스가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이 비트코인 거래를 이용해 모금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의심스러운 활동 보고(SAR)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 소송 ‘쓰나미’ 직면... 관할권 다툼도 치열
하마스 연계 송금 회사 바이캐시(BuyCash)가 암호화폐 거래소로 송금한 금액(USD 가치)의 비중을 보여주는 원형 그래프. 바이낸스가 92%를 차지한다. [출처=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

하마스 연계 송금 회사 바이캐시(BuyCash)가 암호화폐 거래소로 송금한 금액(USD 가치)의 비중을 보여주는 원형 그래프. 바이낸스가 92%를 차지한다. [출처=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


바이낸스와 CZ는 현재 미국에서 하마스를 지원·방조했다는 유사한 소송 4건에 직면해 있다. 특히 뉴욕 연방 지방법원의 존 코엘틀 판사는 올해 2월 “원고들이 바이낸스가 10월 7일 공격을 ‘고의적이고 실질적으로 지원’했으며, 하마스 등의 전반적인 테러 활동에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그럴듯하게 주장했다”고 판결하며 관할권 관련 사실 조사를 명령해 피해자 측에 유리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번 노스다코타 소송은 바이낸스가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한 법적 공방에 대비해 최소 2건의 거래가 노스다코타주의 IP 주소를 통해 실행되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반테러법에 따르면 피고가 “국제 테러 행위”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여 이를 방조했을 경우 3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바이낸스 측은 코엘틀 판사의 판결에 대해 “방조법을 오적용했다”며 반박하고 있으나, 이번 대규모 소송은 거래소의 대테러 의무 및 규정 준수 실패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공격 피해자와 유가족 등 수백 명의 원고가 바이낸스에 제기한 소송의 표지. 이들은 바이낸스가 테러 단체에 자금 조달을 고의로 도왔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사건은 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에 접수됐다. [출처=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공격 피해자와 유가족 등 수백 명의 원고가 바이낸스에 제기한 소송의 표지. 이들은 바이낸스가 테러 단체에 자금 조달을 고의로 도왔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사건은 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에 접수됐다. [출처=미국 노스다코타 연방법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