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망 엇갈려…"인하 사이클 끝났다"vs. "내년 1∼2차례 추가 인하"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10·15 대책 등으로 수도권 집값 오름세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였는지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1,470원을 넘어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금리를 낮추는 데 큰 부담이라고 설명한다.
내년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미 인하 사이클(주기)이 끝났다는 견해와 한은이 경기 등을 봐가며 연중 1∼2차례 금리를 더 낮출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엇갈렸다.
[그래픽]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추이 |
◇ "금리인하, 집값·가계부채에 상승압력…1,470원대 환율도 위험"
24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이달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7·8·10월에 이은 4연속 동결 예상의 근거로는 불안한 집값과 가계대출, 환율 등이 거론됐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강세인 데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고 동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선임연구원도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나 수도권 집값에 상승 압력을 주지 않을까 한은이 우려할 것"이라며 "높은 환율 수준도 한은이 금융 안정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답했다.
지난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낮)거래 장중 원/달러 환율은 1,476.0원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지난 4월 9일(장중 1,487.6원·종가 1,484.1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1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20% 높아졌다. 상승률은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셋째 주(0.50%) 정점을 찍은 뒤 3주 연속 떨어지다가 4주 만에 소폭 반등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20일 현재 769조2천738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6천519억원 불었다. 이미 10월 전체 증가 폭(2조5천270억원)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증가액(1천326억원)은 7월(1천335억원) 이후 가장 많다.
[그래픽] 원/달러 환율 추이 |
◇ "한은이 먼저 금리 낮추기 어려워…12월 미국 결정 봐야"
부동산·가계부채·환율 문제뿐 아니라, 미국의 불확실한 정책금리(기준금리) 경로와 한·미 금리 격차 확대 위험도 인하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각) 금리선물 시장에는 다음 달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약 71.5%의 확률로 반영됐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의 예상보다 탄탄한 성장세와 실업률 안정세 등을 근거로 인하 확률이 39%에 머물렀지만,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여지가 남았다"는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확 바뀌는 등 전망 자체에 큰 의미가 없는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앞서 지난달 28∼29일(현지 시각)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75∼4.00%로 0.25%p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2.50%)과 금리 격차가 1.50%p로 줄었지만, 만약 한은이 27일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 차이는 다시 1.75%p로 벌어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정상적 상황은 아니고, 최소한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과 비슷하거나 미국이 약간 더 위에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 연준이 상당히 매파적(통화긴축선호)인 상황에서 한은만 금리를 내려 격차를 키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 역시 "국내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이탈 우려도 금리 동결 요인"이라며 "미국이 12월 동결할지 인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낮춰 놓을 필요가 없다"며 "한은도 우선 12월 FOMC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와 민간 소비 회복세 등으로 경기 부양 목적의 금리인하 압박이 연초보다 크지 않은 점도 동결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중심의 견조한 수출, 소비 회복에 힘입어 경기 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고,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향후 성장 개선 기대가 커진 점도 동결 결정의 명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맥락에서 만약 27일 한은이 새 경제 전망에서 기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예상치(0.9%·1.6%)를 소폭이라도 상향 조정한다면, 금리 동결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
◇ "잠재성장률 회복가능성…인하 불필요" vs "경기우려 다시 커질 듯…금리 낮춰야"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앞으로 인하가 언제 재개되고 얼마나 금리가 더 떨어질지에는 전문가마다 생각이 크게 달랐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없어도 한국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 안정까지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종료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주 연구실장 역시 "한·미 기준금리 격차를 정상 수준까지 줄이려면 한은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는 인하 사이클이 끝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이라며 "과거 사례로 미뤄 인하 사이클 종료에서 인상 시작까지 약 1년 반 정도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1∼2차례 추가 인하를 점쳤다.
조 소장은 "내년 4월 한은 총재 교체 이후 하반기까지 1∼2회 인하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 상승이 대부분 기저효과 때문인데,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가 약해지면 경기 우려가 커지고 한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상황에 따라 내년 1분기와 2분기, 상반기 중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금리를 더 내릴 여유는 있다"며 "0.5%p씩 두 번 내리면 2.0%인데 이는 중립 금리 수준이라 그때 인하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연구위원도 "잠재성장률 반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인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내년 7월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고 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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