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메이크업 다룬 경연 프로그램
한국 넘어 아시아에서도 인기
"마음에 안 들더라도 지워내면 끝"
박성환 PD와 심우진 PD가 최근 <더팩트>와 만나 지난 7일 종영한 쿠팡플레이 예능 '저스트 메이크업'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쿠팡플레이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메이크업은 물론이고 뷰티라는 장르에 전혀 관심 없던 두 남자가 만나 경연프로그램의 한 획을 그었다.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안긴 것은 물론이고, 본인들 역시 이를 통해 메이크업이 단순히 치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트 영역을 넘어 인생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쿠팡플레이 예능프로그램 '저스트 메이크업'을 연출한 심우진 PD와 박성환 PD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제작 비화부터 시즌2에 대한 구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7일 10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 '저스트 메이크업'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K-뷰티를 대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치열하게 맞붙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효리가 진행을 맡고 뷰티와 메이크업 분야에서 유명한 정샘물, 서옥, 이사배, 이진수가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가운데 총 60명의 참가자들이 경쟁을 펼쳤다. 최종 결과는 파리 금손(김민)이 1위를 차지해 상금 3억 원을 거머쥐었으며 2위는 손테일(손주희), 3위는 오 돌체비타(오현정)가 이름을 올렸다.
'저스트 메이크업'은 제작 단계부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제작사인 스튜디오 슬램이 한국의 대표 문화로 볼 수 있는 K-뷰티로 새로운 서바이벌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프로그램은 젊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 시청자까지 빠르게 유입시키며 5주 연속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도 전 세계에 공개하며 싱가포르에서 1위, 태국과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7개국 톱10에 들었다.
심우진 PD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이 봐주고 사랑해 준 것 같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어서 감사히 지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환 PD 역시 "소재가 한정적이라 걱정이 컸는데, 많은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줘서 지금 이런 인터뷰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심우진 PD가 '저스트 메이크업'의 출발점인 K-뷰티를 소재로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쿠팡플레이 |
K-뷰티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제작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정작 두 PD 모두 처음에는 뷰티 자체에 관심이 없었단다.
심 PD는 "어느 날 후배 한 명이 풀메이크업을 하고 와서 물어보니 청담동 샵에 다녀왔다고 하더라. 결혼식 때나 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 단순히 기분전환 삼아 받으러도 간다는 이야기가 신기했다. 이후 K-뷰티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것도 알고 난 후에는 조금 더 깊게 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 PD 또한 "단순히 예쁘게 하는 게 메이크업이라고만 알았는데, 아트의 경지까지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때 프로그램의 확장성의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실제 현장에서 뛰는 다양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수소문하고 만났다. 심 PD는 "어떻게 하면 메이크업을 잘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을 채택했다"며 "또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서바이벌이라는 세계관 안에서 자신들의 아트를 펼치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촬영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고됐다.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만큼 작가 만 30명을 비롯해 전체 스태프는 300명에 달했고 기획부터 프로그램 론칭까지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메이크업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모델도 반드시 필요해요. 때문에 참가자 60명이면 모델도 60명, 총 120명이 현장에 있어야 했죠. 해가 뜰 때쯤 모여 다음 날 해 뜨기 전에 끝날 정도로 촬영 시간도 길었어요."
박성환 PD가 '저스트 메이크업'을 진행하며 뷰티와 메이크엡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쿠팡플레이 |
참가자 섭외 과정에서도 공을 들였다. 심 PD는 "각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을 모두 찾았다. 청담동 샵을 직접 찾아가 추천을 받기도 하고, 인플루언서는 구독자 수와 영향력을 기준으로 탐색하기도 했다"며 "메이크업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어서 여러 분야를 염두에 두고 뻗어나갔다"고 돌이켰다.
반응은 반반이었다고. 심 PD는 "연락을 받은 후에는 흔쾌히 기다렸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일부 아티스트는 수줍어하며 고사하기도 했다. 그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조명하고 싶고, 우리 회사는 억지 편집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걸 좋아한다'고 취지를 설명하며 설득했다"고 전했다.
네 명의 심사위원을 섭외하는 과정에서는 각자 분야에서 가장 잘하고 유명한 이들을 찾으려고 했다. 이들의 시선으로 기준을 세운다면 이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후 서바이벌 과정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준의 명확성'이었다. 심 PD는 "심사위원 취향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션·주제·모델이라는 틀을 확실히 정했고, 그 안에서 가장 적합한 표현을 한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로그램 공개 이후 대중이 선택한 결과와 심사위원의 선택이 다르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이에 심 PD는 "심사 기준은 네 명의 심사위원이다. 동점일 때는 속눈썹 간격 하나까지 보는 수준으로 세밀하게 판단했다"며 "대중의 픽과 심사위원의 픽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MC의 경우 당초 계획에 없었으나, 이효리의 연락을 받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심 PD는 "이효리가 '내가 MC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제안해왔다"며 "처음엔 심사위원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이효리 씨는 최고의 전문가 옆에서 심사를 맡기엔 부담스럽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단독 MC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순간을 묻자 두 사람은 4라운드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박 PD는 "오 돌체비타 참가자가 어머니를 모델로 데리고 왔다. 당시 우리 두 사람 빼고 모든 제작진과 출연진이 감정이 너무 터져 눈물을 흘렸다"며 "메이크업이 단순히 얼굴을 꾸미는 걸 넘어 감정까지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걸 그때 확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시즌2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답하면서도, "동네에서 메이크업 잘한다는 고등학생처럼 더 다양한 층을 열어두고 싶다. 대중이 따라 하기 쉬운 네추럴 메이크업이나 생활 밀착형 미션도 넣어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프로그램을 만들며 두 PD의 메이크업에 대한 관점도 완전히 바뀌었다. 심 PD는 "예전엔 '잘했다·못했다'의 기준으로 봤는데, 지금은 '자기 얼굴에 맞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메이크업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나와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 PD는 "메이크업 하나로 하루 기분이 달라진다는 게 이해된다. 예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심 PD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더 또렷하게 각인되면 좋겠다. 맛집 가듯 한 번쯤 메이크업 숍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보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PD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예술직이자 서비스직이다. 그 양면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들이 더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메이크업 하나로 하루의 기분이 달라진다는 말이 와닿았어요.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스스로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 메이크업이라는 것도요. 프로그램 마지막에 우진 선배가 따로 붙인 장면이 있는데 뷰티위키의 '그리고 혹시 마음에 안 들더라도 지워. 끝'이라는 말이에요. 마치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메이크업이라는 기술에 여러 감정을 담고 인생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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