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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발 빠른 초동 조치, 현장과 소통하며 구조 작전… 세월호 때와 달라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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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발 빠른 초동 조치, 현장과 소통하며 구조 작전… 세월호 때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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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 “탑승자 구명조끼 입으라” 전파
서해해경청장 “승객도 동요 않고 지시 잘 따라줘 인명 피해 없어”
19일 오후 8시 17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7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

19일 오후 8시 17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7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


지난 19일 오후 승객과 선원 267명을 태운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가 좌초된 전남 신안군 족도 인근은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한 지점에서 약 45㎞ 떨어진 지점이었다. 이날 사고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8시 17분. 한 승객이 다급한 목소리로 “선수(뱃머리)가 섬에 올라탔다”고 했다.

이명준(57·치안감)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20일 본지 통화에서 “한밤중에 수백 명이 탑승한 대형 선박이 좌초됐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세월호 참사가 불현듯 떠올랐다”고 했다.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를 지나던 중 침몰했다. 탑승자 476명 중 무려 304명이 희생됐다.

11년 전과 달리 퀸제누비아 2호는 탑승객 전원이 구조됐다. 사고 발생 4시간 35분 만에 승객 246명이 구조돼 목포항으로 이송됐다. 이어 선박에 남아 있던 승무원 21명도 4시간 52분 뒤 무사히 구조됐다. 구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해경의 발 빠른 구조 작전 덕분에 승객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사고 때와는 초기 대응부터 달랐다. 해경은 사고 직후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해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고는 탑승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전파했다. 곧이어 경비함정 17척, 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등을 총출동시켰다. 배는 이미 왼쪽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지만, 경비함정은 신고 접수 21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 청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고 선박이 해경 구조정에 비해 워낙 커서 어느 지점에 배를 대고 구조 작업을 시작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해경은 승객들을 선박 내 차량 선적장으로 불러 모은 뒤, 구조정을 선박 꼬리 쪽에 있는 차량 출입구에 대고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 이 청장은 “현장을 눈으로 본 직원 판단을 믿고 구조 작전을 짰다. 소형정 4척으로 후미 램프 쪽에서 승객 10~20명씩을 ‘릴레이 방식’으로 교대로 태워 날랐다”고 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뉴얼’도 유연하게 적용했다. 이 청장은 “구조자에 대한 신분증 검사 등 신원 확인이 원칙인데, 일단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머릿수만 세고 일단 태워라. 선(先)구조 후(後)신원 파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해상 재난을 대비한 훈련을 평소 꾸준히 해온 덕에 순발력 있는 초동 조치가 이뤄졌다”며 “탑승객들도 동요하지 않고 지시를 차분하게 따라줘서 별다른 인명 피해 없이 사고를 수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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