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지역에서 발견된 이스라엘제 집속탄 모습. 자탄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흰색 나일론 매듭이 보인다. 출처 가디언 |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을 폭격하면서 국제적으로 금지된 집속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발견됐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집속탄을 사용한 것은 20년 만이다.
가디언은 레바논 리타니강 남쪽 와디지브킨, 와디바르구즈, 와디다이르시리안 등 세 지역에서 두 가지 종류의 이스라엘제 집속탄 잔해를 발견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06년 레바논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온 건 20년 만이다. 사진을 검토한 6명의 무기 전문가는 발견된 집속탄이 155㎜ M999 바락 에이탄과 227㎜ 라암 에이탄 유도 미사일이라고 밝혔다.
집속탄은 한 폭탄 안에 다수의 소형 폭탄(자탄)을 넣어 넓은 지역에서 인명을 살상하려는 용도로 만들어진 무기다. 축구장 여러개에 해당할 만큼 넓은 살상 반경 때문에 산림 지역에 분산된 병력을 상대하기에 효과적이다. 이번에 집속탄 잔해가 발견된 곳들도 모두 산림 지대였다.
집속탄은 투하된 자탄의 최대 40%가 폭발하지 않고 불발탄으로 남아서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금지되어 있다. 현재까지 124개국이 집속탄 사용·생산·이전을 금지하는 ‘집속탄 협약’에 가입했지만, 이스라엘은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난 6월 ‘12일 충돌’ 중 이란이 이스라엘에 집속탄을 사용한 것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레바논에서 촬영된 바락 에이탄 집속탄의 잔해. 폭탄 표면에 이스라엘어로 ‘집속’(Cluster)이라고 쓰여 있다. 출처 가디언 |
타마르 가벨닉 집속탄금지연합 디렉터는 “집속탄은 사용 시점과 그 이후 모두 무차별적인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국제인도법을 준수해야 하는 군의 의무와 항상 상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속탄은 광범위한 공격 범위를 갖기 때문에 군사 목표와 민간인을 구분할 수 없으며, 남겨진 잔여 폭발물은 수십년 동안 민간인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2006년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전쟁 당시 400만발의 집속탄을 퍼부었고, 이중 약 100만발은 불발탄으로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발탄으로 2006년 이후 약 4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의 무기 자료집에는 M999 바락 에이탄 포탄 한 발은 9개의 자탄을 방출하고, 각각의 자탄은 1200개의 텅스텐 파편으로 폭발한다. 이스라엘 언론은 라암 에이탄이 한 발 당 64개의 자탄을 품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24년 2월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 지역에서 작전 중인 부대에 헤즈볼라와의 전투에 대비해 라암 에이탄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암 에이탄 집속탄의 잔해. 표면에 그려진 황색 다이아몬드 표시는 고폭 자탄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표기하는 데 사용되는 기호다. 출처 가디언 |
2023년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에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레바논의 친이란 민병대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지원한다며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에 휴전 협정이 체결됐지만, 이스라엘은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에 공습을 이어오고 있다.
브라이언 캐스트너 국제앰네스티 위기조사팀장은 “집속탄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무기는 본질적으로 비선별적이며, 합법적이거나 책임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무엇보다 이 무기는 수십년간 치명적인 위험을 남겨 민간인에게 큰 희생을 강요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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