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0승에 도전하는 호주오픈에 세계 톱 랭커가 줄줄이 불참을 선언해 '무혈 입성'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별들의 전쟁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도 천위페이(중국) 출전 불발 등을 이유로 사실상 중화권 매체는 안세영 우승을 전망하고 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인 안세영은 셔나 리(뉴질랜드·145위)와 32강 첫 경기를 시작으로 대망의 10번째 트로피 획득 여정에 돌입한다.
지난달 26일 안세영은 프랑스 세송세비녜에서 열린 왕즈이(중국·2위)와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2-0 완승을 거두고 시상대 맨 위 칸에 올랐다.
이로써 안세영은 올해 단식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레벨의 우승을 거두었다. 슈퍼1000급 3개 대회(말레이시아·전영·인도네시아오픈)와 슈퍼750급 5개 대회, 여기에 슈퍼300 오를레앙 마스터스까지 휩쓸었다.
특히 덴마크오픈 우승을 통해 그는 남녀 통틀어 슈퍼1000과 750 대회를 모두 ‘최소 한 번 이상’ 제패한 첫 단식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시대적 기준을 바꿔내는 선수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호주오픈 정상을 밟을 경우 시즌 10승을 달성, 2023년 자신이 세운 BWF 단일 시즌 여자단식 최다 우승(9승) 기록을 새로 쓴다.
나아가 다음 달 17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HSBC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시즌 11승을 이루면 2019년 모모타 겐토(일본)가 작성한 단일 시즌 최다승(11승) 기록과도 타이를 이루게 된다.
남녀 단식 통틀어 이번 호주오픈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는 안세영 한 명 뿐이다. 또한 BWF가 발표한 엔트리 목록에는 세계 여자 단식 1위부터 5위 랭커 가운데 오직 안세영만이 참가를 결정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한 대회를 동시에 회피하는 장면은 흔치 않다.
왕즈위(2위)와 한웨(4위), 천위페이(5위) 등 중국 톱랭커는 제15회 중국 전국체육대회 여파를 이유로 불참했고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3위), 미야자키 도모카(9위)도 구마모토 마스터스 일정 탓에 호주행을 포기했다.
강자들조차 부담을 느끼는 ‘정점의 무게'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은 경쟁자는 크게 3명으로 압축된다.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인도네시아·7위)와 릿차녹 인타논(태국·8위), 그레고리아 툰중(인도네시아·10위) 정도가 안세영 준결승 또는 결승 상대로 점쳐진다.
그러나 이들 모두 우승 대항마로는 두세 뼘씩 부족하다. 상대 전적만 살펴도 알 수 있다. 와르다니는 안세영과 통산 전적에서 5전 전패를 기록 중이고 인타논 역시 12번 맞붙어 단 1승에 그쳤다.
3주간 휴식으로 체력을 회복한 안세영이 호주오픈 우승을 발판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 가고, 월드투어 파이널스 정상까지 넘보는 시나리오가 높은 현실성을 획득하고 있단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기량 차가 점점 벌어지는 형국인 데다 국가당 최대 2인으로 파이널스 출전이 제한되면서 '최대 숙적'인 천위페이 불참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대만 '타이 사운즈'는 "커리어 2번째 월드투어 파이널스 타이틀을 노리는 안세영의 유일한 숙적 천위페이가 출전 인원 제한으로 탈락했다. 부담을 느낄 만한 위협 없이 안세영의 무난한 우승이 예상된다"며 현 셔틀콕 여제의 정상 등정을 예상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국인 중국의 매체 또한 안세영 클래스에 연일 혀를 내두르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 9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슈퍼 750 중국 마스터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한웨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상대가 중국 간판이자 세계 3위 랭커인 한웨였지만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33분 만에 스코어 2-0(21-11, 21-3)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와 3위의 대결이 아니라 마치 1위와 300위 격돌처럼 보였다는 말까지 나왔다.
중국 '소후닷컴'은 “세계 1위와 3위 격차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안세영은 한웨에게 '마귀' 같은 존재였다"면서 "특히 2게임은 그야말로 공포스러웠다"며 한국인 일극(一極) 체제에 균열을 낼 자국 랭커가 실종됐다며 쓰린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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