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계약 이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총액 4억 달러 넘는 계약을 한 선수는 한때 팀 동료였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유일했다. 5억 달러를 넘는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오타니는 총액 5억 달러의 벽을 돌파할 선수로 지목됐는데, 6억 달러도 모자라 7억 달러를 찍은 것이다. 이는 북미 4대 스포츠 역사상 첫 7억 달러 계약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조항이 있었다. 오타니는 7억 달러 중 거의 대부분인 6억8000만 달러를 지불 유예로 돌렸다. 구체적인 지급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6억8000만 달러를 나눠 받는다. 지금 1달러와, 10년 뒤 1달러의 가치가 같을 수는 없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최근 물가 상승률을 고려, 7억 달러가 아닌 실제 4억 달러 중반대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지불유예 계약을 한 이유로 오타니 측은 “팀에 부담을 주기 싫어서”라고 했다. 제아무리 갑부 구단인 다저스라고 해도 한 선수에게 연간 7000만 달러를 주면 팀 연봉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른 선수에 투자할 실탄도 부족해진다. 우승을 하고 싶어서 다저스에 온 오타니는 오히려 자신이 팀 전력 보강에 방해가 될까 걱정했다. 연봉은 200만 달러만 받아도, 어차피 스폰서십으로 엄청난 돈을 버는 선수다. 먹고 살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10년 뒤 세금이 싼 주로 이주한다면,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지역 사회에서 “오타니가 탈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나온 것은 어쩌면 그럴 만한 이유는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갑자기 이를 꼬투리 잡는 모양새다. 오타니가 법적으로 져야 할 책임은 없지만, 이를 빌미 삼아 노사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스포팅뉴스’는 17일 “이 계약상의 허점은 캘리포니아 주의 징벌적인 세법을 회피하기 위해 설계됐다”면서 “이로 인해 MLB의 락아웃(직장폐쇄)이 발생하여 2027년 시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메이저리그는 사무국과 노조가 5년 마다 노사협정을 한다. 기존 노사협정은 2026년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2026년 시즌이 끝난 뒤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 현재 사무국과 구단은 샐러리캡 규정을 더 빡빡하게 만들려고 한다. 지금은 한도를 넘으면 사치세(부유세)를 내면 되는 구조다. 이론적으로 돈이 있고 사치세를 낼 의향이 있으면 팀 연봉이 10억 달러가 되어도 상관은 없다.
반면 사무국과 일부 구단들은 아예 이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하드캡’을 지지하고 있다. 당연히 선수들은 이를 반대한다. 이와 관련해 이미 사무국과 노조의 마찰은 시작됐고, 구단들이 이를 밀어붙인다면 노조는 파업으로 대응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가장 상징성이 크고, 이례적인 계약을 한 오타니가 그 과정에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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