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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 '시위 유혈진압' 하시나 전 총리에 사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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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 '시위 유혈진압' 하시나 전 총리에 사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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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진압으로 최소 1400명 사망
법원 "반인륜 범죄 지시한 책임자"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지난해 1월 수도 다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 당시 유혈진압하며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이날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다. 다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지난해 1월 수도 다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 당시 유혈진압하며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이날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다. 다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과잉 진압해 다수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된 셰이크 하시나(78)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사형 판결을 받았다.

1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다카 법원은 이날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한 궐석 재판에서 그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강경 진압을 지시하며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는 무인기(드론)와 헬리콥터, 살상 무기 사용을 명령했다”며 그를 잔혹 행위의 책임자로 규정했다. 재판부가 사형을 언급하는 순간 재판장을 가득 메운 시위대의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하시나 전 총리의 범죄 행위를 지원·집행한 것으로 지목된 아사두자만 카말 전 내무장관도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지난해 7월 방글라데시에서는 독립유공자 자녀를 위한 정부 일자리 할당제에 반대하는 대학생 중심의 시위가 일어났다. 하시나 전 총리는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했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항쟁으로 확산했다.

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해 8월 수도 다카에 위치한 총리궁을 습격한 뒤 환호하고 있다. 다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해 8월 수도 다카에 위치한 총리궁을 습격한 뒤 환호하고 있다. 다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엔은 당시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최소 1,4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한다. 대부분 보안군의 실탄 사격으로 희생됐다. 유혈 진압에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그는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총리직에서 물러나 자신을 지지해온 인도로 달아났다.

방글라데시 검찰은 지난달 그를 집단살해 방지 실패·대규모 살인 조장 등 혐의로 기소하고 사형을 구형했다. 그간 하시나 전 총리 측은 “지휘 체계 내 실수가 있었지만 살인과 관련된 어떤 명령도 내린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정치 재판'이라고 주장했지만, 판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이날 판결 직후 하시나 전 총리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서면 입장에서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비선출 정부가 꾸린 조작된 재판부가 내린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가 해외에 머물고 있어 당장 형이 집행될 가능성은 낮다. 하시나 전 총리의 아들 사지브 와제드는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정부가 완전한 경호를 제공하고 국가 원수처럼 대우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해 8월 수도 다카에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해 8월 수도 다카에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이번 판결로 노벨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과도 정부는 하시나 전 총리를 자국으로 송환하라고 인도를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하시나 전 총리의 해외 도주는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방글라데시 국부(國父)의 딸이자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20여 년간 집권해온 하시나 전 총리는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심판대에 서게 됐다.

이날 방글라데시에서는 혼란이 이어졌다. 다카 시내에서는 여러 발의 사제 폭탄이 터졌고, 인근 도시에서도 폭발과 방화 사건이 이어지는 등 긴장이 높아졌다. 과도 정부는 다카와 전국 곳곳에 군경을 증원 배치하며 보안을 강화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