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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시작될 줄 모르고 피해자에 사건 무마 요구…대법 “처벌 못해”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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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시작될 줄 모르고 피해자에 사건 무마 요구…대법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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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김지호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김지호 기자


자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거란 예상을 못한 채로 피해자에게 사건 무마를 요구했다면 면담강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면담강요)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공군 정비병으로 근무하던 2022년 5월 16~26일 후임병들을 네 차례 강제집합시켰는데, 이 일로 징계를 받을 것을 우려해 피해자에게 연락해 사건 무마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가법은 자신이나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재판와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만나자고 하거나 위력을 행사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피해 후임병 중 한 명이 강제집합 사실을 제보해 주임원사가 알게 되자 5월 31일 제보자에게 전화해 “그걸 왜 주임원사님에게 찌른 거야?”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추궁하고 무마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피해자의 아버지가 군사경찰에 신고하면서 그해 7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재판의 쟁점은 수사·재판 절차가 개시되기 전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한 경우라도 면담강요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수사 개시 전이라도 신고 무마 목적의 위력 행사는 처벌 대상”이라며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통화 당시 피해자는 상관에게 제보했을 뿐 군사경찰에 신고한 적은 없고, A씨도 징계 가능성은 우려했지만 정식 형사 수사가 개시될 것을 인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맞는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먼저 “면담강요 행위 당시 수사·재판이 실제 개시돼있어야 한다고 제한할 수 없다”면서 수사 전 위력 행사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수사·재판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어야 하고 위력 행사의 고의도 있어야 한다”며 “이는 범죄 혐의사실의 구체성과 경중, 피해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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