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초등 문해력 상담소 l 신효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1만9000원 |
문해력에 대한 세간의 오해는 이렇게 요약된다. “책을 많이 읽히면 문해력도 저절로 키워지고 성적도 같이 오른다.” 양육자들은 이 말을 신앙삼아, 주말마다 서점으로, 도서관으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책에 열심히 노출시킨다. “배드민턴을 치더라도 도서관 앞마당에서 쳐라”는 신종 속담도 이런 믿음에서 연유했을 것이다.
‘토닥토닥 초등 문해력 상담소’ 지은이 신효원은 이러한 믿음에 팩트 체크를 시도한다. 어린이언어연구소 소장으로 20여년간 언어 교육에 매진한 그는 여러 강연에서 만난 양육자들로부터 ‘책 많이 읽혔는데, 왜 문제조차 이해를 못 하죠?’ 같은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독=문해력 상승’의 도식은 오답에 가깝다. 지은이는 “문해력은 아이의 기질, 성향, 환경에 따라, 또 아이가 성장하는 매 순간 다른 방식을 적용해야 자라나는 것”이라며 “(다독=문해력 상승이라는) 단선적인 방향이 우리를 그동안 낙심하게 만든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른 근육이 그렇듯, 문해력(力) 역시 고정불변이 아니다. 근육 운동을 멈추면 근 손실이 오듯, 문해력 역시 “안 쓰면 금세 쪼그라들고 앙상해지고” 만다.
‘다독 맹신’에 갇힌 문해력을 해방하기 위해 지은이는 질문하기, 글쓰기, 대화하기를 제안한다. 같은 책을 읽어도 마음속에 질문을 생성해 가며 읽는 것과, 그저 수동적으로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건 다르다. 전자는 문해력 향상에 분명한 도움이 되지만, 후자는 미지수다. 전자는 “응집력” 있는 독서이지만, 후자는 휘발되는 독서다. 지은이는 문해력이 “글을 읽고 이해하며, 내가 알고 있는 바와 지금 읽고 있는 글의 내용을 연결해 해석하고,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아는 내용과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능력”까지를 포괄한다고 정의 내리면서, 글쓰기를 문해력 훈련 도구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다만, 떠오르는 것을 죽 나열하는 식의 자유연상 글쓰기는 큰 의미가 없다. ‘친구나 선생님이 내가 쓴 경험 글을 읽었을 때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써야 내 생각을 잘 전달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쓴 글이어야 한다. 식탁에서 배우는 어휘량이 독서에서 얻는 것의 10배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독서에만 매몰되지 말고 양질의 언어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주의를 기울이라는 점도 당부한다.
문해력을 ‘성적’이라는 얄팍한 틀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고하고 표현할 줄 아는 지성인’에게 꼭 필요한 덕목으로 보는 점,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지 않고 여러 연구를 참고해 저술한 점이 돋보인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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