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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짜깁기' BBC, 트럼프에 공식 사과... 보상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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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짜깁기' BBC, 트럼프에 공식 사과... 보상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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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명예훼손 소송 근거 없다"
다큐멘터리 편집 방식 책임은 인정
지난주 사장과 뉴스책임자 사임


영국 런던에 있는 BBC 본사 건물 앞으로 12일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 런던에 있는 BBC 본사 건물 앞으로 12일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명예훼손"이라고 비난받은 영국 BBC방송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상 요구는 거부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BBC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샤미르 샤가 BBC 회장은 백악관에 개인 서한을 별도로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과 BBC가 2021년 1월 16일 대통령 연설문이 편집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BBC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주장을 부인했으며, 손해배상 요구도 거부했다. 방송사는 "BBC는 영상 클립이 편집된 방식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하지만, 명예훼손 소송의 근거가 있다는 데는 강력히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BBC가 2024년 10월 방영한 다큐멘터리가 의도적 편집으로 자신에게 "엄청난 재정적, 명예적 피해"를 끼쳤다면서 14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간 기준)까지 다큐멘터리를 완전히 철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BBC를 상대로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 규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BBC는 다큐멘터리 편집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고, 9일 BBC 사장과 뉴스 책임자가 사임했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BBC 다큐멘터리에는 이 연설 장면이 짜깁기돼 방영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BBC 다큐멘터리에는 이 연설 장면이 짜깁기돼 방영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문제의 다큐멘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짜깁기됐다.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가서 용감한 의원들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고, 54분 뒤 "우리는 싸운다. 지옥처럼 싸운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BBC 방송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며 우리는 싸울 것이다. 우리는 지옥처럼 싸울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지옥처럼 싸우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더 이상 국가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마치 1.6 폭동을 직접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BBC는 13일 '정정 및 설명'을 통해 "우리의 편집으로 인해 연설이 여러 지점에서 발췌한 것이 아니라 연속된 부분을 보여주는 듯한 의도치 않은 인상을 줬다"며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적 행동을 직접적으로 촉구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줬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