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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예금·주식·부동산과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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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예금·주식·부동산과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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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

어떤 청년이 착실하게 월급을 알뜰살뜰 모아 천신만고 끝에 평생의 살림 밑천 1억원을 만들었다. 이를 종잣돈 삼아 수익과 세금까지 고려해 재산 증식을 위해 지금 예금, 주식, 부동산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그것이 알고싶다.

먼저 예금. 1억원을 정기예금하면 연 금리가 약 3% 수준이므로 1년 후 이자가 300만원이다. 저금리라 2배로 불리려면 복리로 20년 넘게 걸리고 물가상승률도 복리계산하면 70% 이상이니 수익은 거의 없다.

이자도 실제 통장에 찍히는 돈은 15.4% 소득세를 뗀 잔액이다. 과세소득이 거의 없고 심지어 소득세 0% 세율인 수천만 국민이 모두 15.4%로 연 1조원 '소득 없는 소득세'를 내고 있다. 과세소득이 없으면 배달라이더는 3.3% 환급해준다는데 웬일인지 이자 세금은 환급도 절대 없다.

혹시 이자가 2000만원을 넘으면 최고 48.5% 소득세, 7% 건보료까지 내야 한다. 저금리에 억지세금까지 붙은 이자는 결국 반도 남지 않게 된다. 원리금 보장의 대가치곤 저축은 이제 사회초년병에게도, 부자에게도 더 이상 매력적일 수 없다.

주식. 최근 금투세 폐지, 배당소득세 저율분리과세, 주주권 강화 상법개정 등 과거 보수정부도 못한 자본시장 육성책으로 주식시장은 '코스피 5000' 공약이 단 6개월 만에 실현될 수 있을 정도로 역대급 '불장'이다.

게다가 금투세도 폐지되었으니 개미들은 주식 양도차익이 얼마든지 세금이 없다. 정부와 국회가 주식시장에 역량과 혜택을 집중하니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수익과 세금 혜택에서 세계 최고다.


하지만 역대급 불장에 세금 없는 주식시장 앞에서도 누군가 망설이고 있다면 분명 '깡통계좌'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5년 전, 10년 전 주식시장에 뛰어들 때도 불장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한다. 가상화폐도 그렇고 불장시장의 유혹은 건실하게 1억원을 만든 청년도 떨치기 쉽지 않다.

부동산은 어떤가. 얼마 전까지 부동산 시장은 1억원만 있어도 전세와 대출금을 끼면 10억원짜리 집을 사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것이 상수가 된 상황에서 '영끌'은 내 집 마련과 재산 증식의 지름길이다. 지금도 수도권 아파트는 환금성이 좋은 데다 부동산 참여자들이 가격까지 올려주니 가수요, 투기수요까지 가세해 언제나 공급이 달린다.

작전세력은 상시 단속해 '패가망신'시킨다는 주식시장과 달리 부동산시장은 투기꾼들이 허위정보를 퍼나르고 불법전매가 판을 쳐도 상설감독기구조차 없다. 게다가 주택을 샀다 팔아도 대부분 세금이 없고 거주 요건도 주민등록만 옮겨도 비과세되며 다주택자도 중과세되지 않는다. 이런 황당한 상황을 치유해야 1억원으로 바로 집을 살 순 없지만 생애최초주택 취득 기회와 세제 지원으로 내 집 장만이 가능하다.


예금 주식 부동산 소득은 자본이득(capital gain)이기에 땀 흘려 번 소득보다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게 옳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불법영업을 해온 계곡 상인들을 설득하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자본시장과 1가구 1주택을 지원해야 하지만 편법을 용인하면 독버섯이 자란다. 탈세 효익을 줄이고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면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 공익과 국민을 지키는 일은 늦지 말아야 한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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