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상의 백악관 방문은 사상 처음
“시리아와 거래한 제3국 제재 180일 유예”
“시리아와 거래한 제3국 제재 180일 유예”
백악관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왼쪽) [UPI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조용하게 회동을 가진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만남을 두고 “백악관에서 열린 가장 놀라운 회동”이라며, 양측의 전략적 계산이 깔린 움직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 도착해 약 두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다. 1946년 시리아 건국 이후 이 나라 정상이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매우 힘든 과거를 보냈다”며 알샤라 대통령의 전력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뒤 “힘든 과거가 없다면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알샤라 대통령은 강한 지도자이며, 시리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회담 직후 시리아 정부나 금융기관과 거래한 제3국에 대한 제재를 18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백악관 회담은 대부분 실시간으로 공개됐던 다른 국가와의 정상회담과 달리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알샤라 대통령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알샤라는 악명 높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 출신이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2001년 9·11 테러에 영감을 받아 이 조직에 충성을 맹세한 인물로 알려졌다. 알카에다에 대한 충심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의 외모를 따라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는 이라크의 한 도로변에 미국을 겨냥한 폭탄을 설치했다가 체포돼 2005∼2011년 이라크 내 아부그라이브 미군 교도소에 수감된 적도 있다.
미국 정부는 한때 알샤라에게 1,000만 달러(약 141억 원)의 현상금을 걸고 지명 수배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불과 사흘 전까지도 ‘특별 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그는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하고 시리아 내 반군 조직을 통합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결성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시리아를 20년 넘게 통치해온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며 임시정부 수반 자리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알샤라와의 회동을 통해 이란을 견제하고 중동 내 세력 균형을 새로 짜려는 포석을 두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시리아를 외면할 경우 알샤라가 러시아나 이란과 손잡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반면 알샤라 대통령 역시 서방의 지원 없이는 시리아 재건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백악관 회담이 미국과 시리아 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될지, 혹은 또 하나의 외교적 실험으로 끝날지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와 함께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부 상황 등이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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