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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알카에다'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 '제재 해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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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알카에다'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 '제재 해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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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샤라, 트럼프와 2시간 비공개 회담
對시리아 '2차 제재' 180일간 유예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1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리아 대통령실 제공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1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리아 대통령실 제공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등재돼 있었던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미국과의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재건 촉진을 위해 그간 시리아에 부과된 제재 일부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알샤라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날 알샤라 대통령은 오전 11시 37분 백악관에 도착해 두 시간 가까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통상적인 정상회담과 달리 알샤라 대통령의 백악관 도착뿐 아니라 회담까지 모두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인 부분이 많다. 시리아가 1946년 건국된 이후 이 나라 정상이 미국을 찾아 미 대통령과 회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샤라 대통령 본인은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알카에다 활동 이력이 있어, 불과 나흘 전만 하더라도 미국과 영국 제재 명단에 올라있었다. 특히 미국은 그를 '특별지정 세계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상태였다.

알샤라 대통령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누스라 전선'을 창설했지만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했다. 이후 시리아 북부 4개 반군 조직을 통합해 이슬람 무장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결성했다. HTS는 지난해 12월 오랜 기간 시리아에서 철권통치를 펼쳐온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은 이력을 가진 알샤라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것을 두고, 수십년간 고립돼 온 시리아가 국제 무대로 복귀하는 상징적 장면이 연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매우 힘든 과거를 지냈다"며 알샤라 대통령의 과거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힘든 과거가 없었다면 기회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회담이 종료된 직후 미국은 시리아 재건 촉진을 위해 '시저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Caesar Act·시저법)'에 따른 제재 부과를 18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발효된 시저법은 시리아 정부, 군대, 금융기관과 거래한 제3국 기업·개인에 대해 미국 정부가 2차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재무부·국무부·상무부가 발표한 합동 보도자료에는 "시저법의 일부 제재 집행을 정지해 시리아에 대한 지속적인 제재 완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설명이 담겼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