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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1000만 달러’ 시리아 대통령, 백악관서 트럼프와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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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1000만 달러’ 시리아 대통령, 백악관서 트럼프와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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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흐메드 샤라아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흐메드 샤라아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알카에다 출신 반군 지도자였던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 아흐메드 샤라아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리아 국가 원수가 백악관을 공식 방문한 것은 194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처음이다.



샤라아 대통령은 10일 오전 11시 30분께(현지시각) 백악관에 도착해 곧바로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 2시간가량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그는 보통 외국 정상이 입장하는 웨스트 윙 진입로 대신 측문을 통해 조용히 입장했다. 백악관은 별도의 환영 행사나 언론 공개 없이 회담을 진행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슬람국가(IS) 격퇴 및 안보 협력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시리아는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 격퇴 국제 연합’에 조만간 공식 가입할 예정이며, 이르면 이날 회담을 통해 발표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 시비에스(CBS) 뉴스에 “시리아가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 격퇴 국제연합’에 참여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시리아가 미국의 ‘적’에서 ‘동맹’으로 전환되는 상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샤라아 대통령은 지난 9일 늦은 시각 워싱턴에 도착했으며, 같은 시각 시리아 내무부는 전국적으로 이슬람국가 조직을 겨냥한 ‘대규모 보안 작전’을 개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이번 방문은 평화를 추구하는 외교 노력의 일환으로 전 세계 지도자들과 만나는 것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과거 이라크에서 미군에 의해 수감된 경력이 있는 샤라아 대통령은 이후 시리아 내 알카에다 계열 조직을 이끌었고, 2024년 12월 반군을 이끌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했다. 현재는 과도정부 수반이다. 과거 미국 정부가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던 인물이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샤라아를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했다. 샤라아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그와 기타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로 표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샤라아 대통령과 처음 만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강한 과거를 지닌 젊고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샤라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시리아에 대한 제재 완전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드 정권 시절 인권 유린을 이유로 도입된 ‘시저법’에 따른 제재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면제를 허용했지만, 이를 영구 철회하기 위해선 의회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상원에서는 제재 철회를 둘러싼 두 가지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의 진 샤힌 상원의원은 조건 없는 제재 해제를 제안한 반면,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6개월마다 조건을 재검토하는 안을 내놓았다. 시리아 인도주의 단체 관계자들은 조건부 철회로는 민간 기업들이 시리아 투자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회담과 동시에 미 재무부는 시리아에 대한 일부 제재의 유예 기간을 180일간 추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23일 발효된 시저법 제재 일부 유예 조치를 대체하는 새로운 명령으로, 미국의 지속적인 제재 완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샤라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13년에 걸친 내전 이후 시리아 재건을 위한 자금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시리아 재건 비용이 최소 216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이를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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