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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급 38명 중 25명 “부역자 노만석 사퇴하라”

조선일보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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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급 38명 중 25명 “부역자 노만석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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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포기에...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검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에 걸려 있는 검사선서. /박성원 기자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에 걸려 있는 검사선서. /박성원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검찰에 ‘대장동 사건’ 1심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라고 지시한 것이 결국 검란(檢亂)을 불렀다. 이 사건 항소 시한이 임박한 지난 7일 밤 수사팀이 만장일치로 항소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는데도 노 대행이 항소를 불허하자, 10일까지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나서 노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왔다. 노 대행의 참모인 대검찰청 부장(검사장)들까지 면전에서 노 대행 사퇴를 촉구했다.

다수의 검사들은 노 대행의 이번 항소 포기를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의 항소 포기를 지시해 검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노 대행은 대검 연구관들에게 “검찰 개혁을 위해 용산(대통령실)과 법무부 등과 해야 할 일도 고려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만석은 부역자” 집중포화

검사들의 노 대행 사퇴 요구는 의견 표명 수준을 넘어 노 대행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면전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번졌다. 10일 오전 대검 부장급(검사장) 참모 7명은 회의 석상에서 노 대행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노 대행이 전날 대검 간부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해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해 (대장동 사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을 남겼으나 먹히지 않은 것이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관여했던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국의 지방검찰청장과 고검 차장 등 검사장 18명도 입장문을 내고 노 대행을 압박했다. 이들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설명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노 대행이 밝힌 입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임은정·김태훈 빼고 대부분 참여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는 ‘검란’은 2020년 11월에도 있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자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잇달아 성명을 발표했다. 2012년 말에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면서 전국 검사들이 한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왔다. 한 총장이 최 검사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를 반대했기 때문에 감찰에 나섰다고 알려지면서 검사들이 반발했고, 한 총장은 그해 12월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이날 노 대행에게 직간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검찰 고위 간부는 총 38명(공석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제외) 중 25명에 이른다. 노 대행과 고검장 5명, 법무부 국·실장 3명,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 임은정·김태훈 지검장이 빠졌다. 정진우 지검장은 이번 항소 포기 후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가운데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은 정부·여당의 이른바 검찰청 폐지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임 지검장은 지난 8월 국회 공청회에서 노만석 대행을 이진수 차관 등과 함께 ‘검찰 개혁 5적’으로 지목했다. 임 지검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항소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면 누구든 항소장을 제출했으면 됐을 일”이라며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 검사들을 겨냥했다.

김태훈 지검장은 남부지검이 기소한 1심 재판에서 전부 무죄가 선고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대해 지난달 말 항소했다. 정성호 법무장관이 1심 재판부의 검찰 별건 수사 관행 지적을 “모든 수사기관 구성원이 엄중하게 새겨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김 지검장은 대검과 협의해 항소 기한 마지막 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평검사들까지 “盧, 합당한 책임져야”

차장검사 이하 검사들도 이날 노 대행에게 사퇴와 함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대검찰청 기획관·과장·검찰연구관 등 20여 명은 이날 오전과 오후 차례로 노 대행을 찾아가 사퇴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노 대행이 검찰의 핵심 기능인 공소 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했다”면서 “11일까지 거취를 정하라”고 했다.


일선 지청장들도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의 가치와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것”이라면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사실상 노 대행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법무연수원 신임 검사 교육 담당 교수(검사) 6명도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지시 경위를 상세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고, 창원지검장을 지낸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노 대행을 향해 “검찰 역사상 가장 치욕적으로 권력에 굴복한 검사”라고 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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