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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원유' 선물받은 헝가리 총리 "美와 재정보호 협정도"

연합뉴스 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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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원유' 선물받은 헝가리 총리 "美와 재정보호 협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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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대항마' 페테르 "나라 팔아 넘겨" 방미 성과 폄하
지난 7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7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를 1년 유예받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미국과 '재정 보호' 협약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동승한 기자들에게 "재정 보호와 관련한 협정도 미국 대통령과 맺었다"며 "헝가리와 헝가리 금융 시스템을 겨냥한 외부 공격이 있으면 미국이 헝가리의 금융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협약을 맺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헝가리 또는 헝가리 통화가 공격받을 수 있다거나, 헝가리의 예산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거나, 헝가리 경제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가정에 대해서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7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에 대해 1년간 예외를 허용받기로 했다.

오르반 총리의 발언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르반 총리와 회담에서 원유 수입금지 예외 조치 외에도 헝가리 재정 보호와 관련된 약속도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을 압박하는 한편, 유럽, 인도 등의 러시아산 원유 구입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이라며 이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도에 대해서는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이유로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헝가리에 예외를 둔 것은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헝가리 중도성향 야당 티서당의 머저르 페테르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헝가리 중도성향 야당 티서당의 머저르 페테르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여당 피데스는 경제 상황 악화 속에 머저르 페테르(44) 대표가 이끄는 친유럽·중도주의 성향 야당 티서(Tisza)에 현재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지지율이 밀린다. 내년 4월 총선에서 2010년 시작된 오르반 총리의 장기 집권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로서는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이 갑자기 중단되면 겨울철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오르반 총리의 재선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페테르 대표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오르반 총리의 이번 방미와 관련, "오르반은 1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예외를 적용받는 대가로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쓰기로 했다"며 "헝가리를 (미국에) 팔아넘겼다"고 맹비난했다.

FT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이번 방미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6억달러(약 8천600억원) 상당을 포함해 핵연료, 군사 기술 등 15억 달러(약 2조2천억원)의 미국산 물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페테르 대표는 FT에 "(오르반의) 워싱턴 여행은 헝가리의 성공이 아니라 오르반의 개인적인 탈출구였을 따름"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친러시아 성향을 고수하며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오르반 총리와는 달리 유로존 가입을 추진하는 등 EU와 나토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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