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맹비난···‘트럼프 다큐 조작 논란’ BBC 수뇌부 사임

2021년 미 의회 폭동 관련
연설 세 부분 한 문장처럼 편집한 의혹

BBC 런던 본사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조작해 방영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영국 공영방송 BBC의 사장과 보도 국장이 사임했다.

BBC는 9일(현지시간) 팀 데이비 사장과 뉴스 보도 부문 책임자인 데보라 터너스가 사퇴를 선언했다고 발표했다.

데이비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사임에 관해 “전적으로 내 결정”이라며 “모든 공공기관이 그렇듯 BBC도 완벽하지 않다“며 ”우리는 항상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완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터너스는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논란은 내가 사랑하는 BBC에 피해를 주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뉴스와 시사를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혔다.

BBC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두 번째 기회?>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미 의회 폭동이 일어난 2021년 1월6일 트럼프 연설을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며, 나도 거기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 장면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의 부분들을 한 문장처럼 보이도록 이어붙여 의회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지적이다.

BBC의 ‘편집 지침 미 기준 위원회’의 외부 독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마이클 프레스콧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서한을 BBC 이사회에 보냈는데, 이 서한 내용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를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크게 확산했다. 영국 하원 미디어 담당 위원회는 BBC가 프레스콧의 주장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답변 기한을 10일까지로 정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일부 BBC 관계자들은 프레스콧의 서한이 실제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도 이용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BBC 지도부의 사퇴 소식을 SNS 트루스소셜에 공유하며 “나의 훌륭한 연설을 조작한 사실이 적발되었기 때문에 사임하거나 해고당했다”며 “이들은 대통령 선거의 저울을 뒤흔들려 한 매우 부정직한 자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그들은 우리가 1호 동맹이라고 여기는 외국의 인물들로, 민주주의에 참으로 끔찍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BBC를 “100% 가짜뉴스”, “좌파 선전 기계”라고 부르며 맹비난한 바 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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