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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코트에 울려 퍼진 ‘부산 갈매기’

조선일보 부산=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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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코트에 울려 퍼진 ‘부산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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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이전 OK저축은행 첫 홈경기
강서체육관에 만원 관중 들어차
시즌 개막 전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OK저축은행이 9일 부산 강서체육관에서 2025-2026 V리그 첫 홈경기를 치렀다. 부산에서 처음 열린 프로배구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427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원정팀 대한항공이 3대1로 승리했다./OK저축은행

시즌 개막 전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OK저축은행이 9일 부산 강서체육관에서 2025-2026 V리그 첫 홈경기를 치렀다. 부산에서 처음 열린 프로배구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427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원정팀 대한항공이 3대1로 승리했다./OK저축은행


9일 부산 강서체육관은 4270명 만원 관중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은 2013년 창단 이후 12년 동안 안산에 몸담았던 남자 프로배구팀 OK저축은행이 올 시즌 부산으로 연고를 이전한 뒤 치르는 첫 홈경기였다.

OK저축은행이 부산을 새 연고지로 삼으면서, 부산시는 비(非) 수도권 지역 최초로 4대 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구단을 모두 보유한 도시가 됐다. 구단 상징색인 주황색 곱슬머리 가발을 쓰고 8세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엄윤섭(49)씨는 “롯데(야구) 팬인데, 성적이 계속 저조해 마음이 참 쓰리다. 배구를 보면서 다시 힘을 얻고 싶다”고 했다.

부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2017시즌 이후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미남 스타 안정환을 앞세운 대우 로얄즈 시절 구덕 운동장을 가득 메웠던 부산 아이파크는 5년째 프로축구 K리그2(2부)에 머물러 있다. 그런 부산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달래준 것이 농구다. 지난해 KCC가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를 옮기자마자 남자 프로농구 정상을 밟은 데 이어 지난 3월엔 BNK가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에 올랐다.

인구 300만명이 넘는 부산은 초중고 배구부가 10팀이 넘고 동호인 인구도 1700여 명에 달하는 등 배구 인프라가 꽤 갖춰진 도시로 꼽힌다. 지난 9월 열린 리그 출정식엔 2300여 명의 관중이 모인데 이어 구단이 광안리 해수욕장과 벡스코에서 진행한 체험 행사에도 팬들이 몰리는 등 이미 배구 열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부산 시민 홍원정(44)씨는 “이젠 겨울에도 배구를 ‘직관’하며 주말을 즐길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농구처럼 배구도 부산에 우승컵을 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OK저축은행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가견이 있어 ‘봄을 부르는 남자’라 불리는 신영철 감독을 올 시즌 선임하며 새로운 안방에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날 경기에선 5위 OK저축은행이 선두 대한항공에 1대3(22-25 20-25 25-23 22-25)으로 졌지만 팬들은 득점이 터질 때마다 열광적인 함성을 지르고 ‘부산 갈매기’를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신영철 감독은 “감독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긴장한 경기인 것 같다. 오늘 부산 팬들에게 승리 선물을 못 드려 죄송하고 앞으로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부산=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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