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美 증시 'AI 버블' 경고에도…테슬라 등 레버리지 ‘줍줍’
일부 단기국채·방어주로…"AI 모멘텀 유효, 기술적 부담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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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미국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한 날, 서학개미들이 공격적으로 '줍줍'에 나섰다. 고평가 논란에 인공지능(AI) 기술기업인 팔란티어가 8% 가까이 하락하자 레버리지 상품까지 포함해 하루 만에 1200억 원 규모를 사들였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 지난 4일(현지시각)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된 종목은 팔란티어(4193만 2345달러)로 집계됐다.
팔란티어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PLTR BULL 2X SHARES'(2601만 7847달러), 'GNTSH 2XPLTR 상장지수펀드(ETF)'(1309만 2008달러)도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이들 3개 종목만 더해도 한화로 1167억 원(1440원 기준) 규모다.
팔란티어는 지난 4일 7.94% 폭락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과열 논란이 재차 부각된 탓이다. 올해 주가가 150% 넘게 뛰었고,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200배를 넘어선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AI 버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들은 10~20% 수준의 조정을 언급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대규모 공매도로 큰 수익을 거둔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투심이 급격히 위축됐다.
결국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약세로 마감했다. 엔비디아(3.96%), 테슬라(5.15%), 알파벳(2.13%) 등 주요 기술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나스닥 지수도 2.04% 떨어졌다.
그러나 국내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줍줍'에 나섰다. 조정을 단기 눌림목으로 판단, AI 장기 모멘텀을 믿고 반등 폭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ICE 반도체 지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ETF(1억 7082만 달러)가 순매수 1위에 올랐다.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는 하루 만에 2668억 5469만 달러 순매수했다.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 ETF'도 1534만 4555달러어치 사들였다.
일부에서는 초단기 국채 등 현금성 자산과 대형 방어주로 일부 자금이 이동하며 변동성을 낮추려는 전략도 병행됐다.
순매수 10위권 안에는 ISHARES 0-3 MONTH TREASURY BOND ETF(3642억 7363달러)가 포함됐다. 잔존 만기 3개월 미만의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변동성이 거의 없고 수익률이 안정적이다. 경기 충격에 비교적 덜 흔들리는 글로벌 보험·리스크 컨설팅 기업 MARSH & MCLENNAN COMPANIES INC도 2610억 6837달러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AI 종목들이 하락 추세로 접어들진 않을 것으로 봤다. 관련 기업들의 3분기 호실적이 AI 중심 성장세를 지지하고 있어 상승 추세를 뒷받침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기술주 랠리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스닥은 6개월 연속 50일선을 상회 중인데, 이는 30년 내 가장 긴 랠리"라며 "실적·AI 자본지출 등 강세 재료가 집중된 기간이 지났고, 피로감의 징후들이 조금씩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버슈팅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지금의 기술적 위치는 기간 조정과 숨 고르기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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