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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치킨집에서 회동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기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함께한 ‘깐부치킨 회동’ 이후 한국 AI(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황 CEO는 한국에 GPU(그래픽 처리 장치) 26만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엔비디아 GPU(4만5000장)의 5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엔비디아의 GPU는 국내 AI 컴퓨팅 인프라 강화와 기술 경쟁력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제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792억달러(약 404조원)였던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33년 3조4972억달러(5055조원)로 커질 전망입니다.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AI 관련 산업을 다 포함한 것입니다. AI 시장의 잠재력이 큰 만큼, 우리는 그 기회를 빨리 선점해야 합니다.
이렇듯 AI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AI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가 큰 과제입니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끈 연구 결과가 며칠 전 나왔습니다. 세계적 AI 연구 기관인 미국 카네기멜런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연구소(HCII) 연구진이 추론 능력을 강화한 고지능 AI일수록 협동심이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1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AI 모델로 시뮬레이션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각 그룹에 100점을 주고 공동 기금에 얼마를 낼지 결정하게 한 다음 점수의 총합을 2배로 늘려 똑같이 나눠주는 게임이었습니다. 점수가 많이 모일수록 돌려받는 것도 커지지만, 자신은 하나도 내지 않은 채 남들이 낸 점수만 가져갈 수도 있죠.
결과가 어땠을까요. 비추론형 모델은 점수를 공유한 비율이 96%였지만, 추론형 모델은 20%에 그쳤습니다. 추론형 모델이 더 발전한 형태입니다. 즉, 똑똑한 AI일수록 이기적 선택을 많이 한 셈입니다. 연구팀은 “AI의 추론 능력이 향상된다고 해서 실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똑똑하고 빠른 AI를 만드는 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사회적 지능까지 고려한 AI가 필요하다는 거죠. AI에도 ‘인성 교육’을 해야 하는 걸까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어떤 가치 위에 세울지가 더 중요합니다.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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