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2023년 10월 14일 코네티컷주 뉴런던 잠수함기지에서 버지니아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하이먼 릭오버'호(SSN 795) 취역식을 하고 있다. 그로튼=연합뉴스 |
대통령실이 7일 재래식 무장 원자력잠수함 선체와 원자로를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한미 양국이 논의했다고 한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국회에서 “미국의 필리조선소 건조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형 원잠 건조 시설로 필리조선소를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필리조선소는 상업용 배 건조 시설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해서는 천문학적 투자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핵잠 건조 경험이 있는 제너럴다이내믹스(EB)와 헌팅턴잉걸스(NNS)가 있지만 이미 포화 상태다. 정부는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정리하는 ‘팩트시트(설명자료)’에서 원잠 국내 건조 관련 내용을 명확히 담아 불확실성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위 실장은 미국형 핵잠인 ‘버지니아급’(7,800톤급)은 우리가 추진할 필요가 없고, 건조에 5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그보다 훨씬 저렴한, 우리 수요에 맞는 잠수함을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우리 군이 추진 중인 한국형 원잠 모델 ‘장보고-III 배치-3’는 5,500톤급으로, 척당 건조 비용이 최대 1조5,000억~2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 한 척을 건조하는 비용으로 우리나라에서 세 척을 건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핵잠 건조를 위한 기술적 기반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황에서 미국 손을 빌리는 것은 자주국방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 미국 조선소에 의존할 경우, 잠수함 설계·건조·운용 전반에 걸쳐 미국의 통제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국내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한미 합의가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 초도함 건조까지 10년가량 소요될 텐데 정책 불확실성을 안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당장 이번 주 내 발표키로 했던 ‘팩트시트’가 원잠 관련 문구와 관련한 미 에너지부와 전쟁부·국무부 등 부처 간 이견으로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
원잠 국내 건조는 단순한 기술 선택을 넘어, 자주국방과 산업 전략의 중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팩트시트에 핵잠 국내 건조 정당성을 확보하는 근거를 담을 수 있도록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