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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하도급 갑질·직원 소송…'차재병호' KAI,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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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하도급 갑질·직원 소송…'차재병호' KAI,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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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캠프 출신' 강구영 사임 이후 차재병 임시 대표체제 혼란 가중

KAI는 올해 3분기 매출 7021억원, 영업이익 602억원, 당기순이익 3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21.1%, 42.6% 감소한 수치다. /KAI

KAI는 올해 3분기 매출 7021억원, 영업이익 602억원, 당기순이익 3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21.1%, 42.6% 감소한 수치다. /KAI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방산업계가 올해 3분기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만 홀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에 있었던 강구영 전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장한 뒤, 차재병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KAI가 풍전등화에 놓인 모습이다.

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KAI는 지난 4일 일부 자사 임직원에 내용증명을 보내 "스마트플랫폼 구축 사업 과정에서 고의적인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라며 5억100만원을 명시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KAI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안현호 전 대표 시절 추진된 스마트플랫폼 구축 사업과 관련해 2022년 강 전 대표 취임 이후 운영업체 시스노바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임직원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생긴 것이다.

KAI는 지난 9월 스마트플랫폼 구축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고의적인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자사 임직원을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지난 4일에는 재차 내용증명을 보내 시스노바 임직원과 연대해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KAI는 "향후 위 소송과 시스노바 임직원과 수신인을 비롯한 회사 관련자에 민형사 사건에서 확정되는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여부 및 구체적 손해배상 청구 액수를 특정해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재병 임시 대표 체제인 KAI가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서 무리하게 조직 결속력을 해치는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윤 전 대통령 캠프 출신인 강 전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6월 KAI 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강 전 대표는 7월 자리에서 물러났고 고정익사업부문장인 차재병 부사장이 임시 대표를 맡게 됐다. KAI가 시스노바를 고소한 사건은 창원지검이 2023년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소송을 추가로 제기한 셈이다. 다만 현재 별도 수사 의뢰 사건은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

차재병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시 대표(왼쪽)와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가 지난달 17일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서울 ADEX 2025) 개막식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차재병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시 대표(왼쪽)와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가 지난달 17일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서울 ADEX 2025) 개막식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대표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KAI는 하도급 갑질 혐의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대상이 된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 3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갑질을 한 혐의를 받는다.

시스노바는 강 전 대표 시절인 2023년 KAI를 상대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공정위에 제소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듬해 3월 APM 소프트웨어 등 유지보수 용역 비용 미지급 행위 등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후속 용역 발주 중지 행위 등에서 '주의 촉구' 처분을 내렸다.


시스노바는 지난해 11월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로 KAI를 추가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12월 현장조사를 벌였고, 지난 5월 방문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6월에는 피심의 수락 조회용 자료를 보내, 8월 피심의 의견서를 받았다. 공정위는 향후 심의를 벌일 전망이다.

내부 갈등에 공정위 조사까지 받는 KAI의 실적도 부진하다. 올해 3분기 매출 7021억원, 영업이익 602억원, 당기순이익 3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21.1%, 42.6% 감소한 수치다. 전 분기 대비로는 각 15.2%, 29.4%, 31.8% 줄었다.

KAI는 소형무장헬기(LAH) 납품 일정 일부가 지연되면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이 3분기 준수한 실적을 거둔 것과 비교할 때 홀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KAI의 지속 가능성이 약화했다는 분석이 있다.


수출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지배구조 탓에 KAI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도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물로 교체돼 갈등이 벌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정권을 잡을 때마다 KAI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이다. 민영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KAI 노동조합은 정부가 인사 지연으로 혼란에 빠뜨린다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윤 전 대통령 관련 특검을 핑계 삼아 인사를 미루며 회사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특검 수사가 끝나야 사장 인선이 가능하다"라는 비공식 입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KAI 노조는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노동자들은 내실형 리더를 원한다. 전문성 리더십이 기다려온 진짜 리더십"이라며 "정부의 조속한 결단이 없다면 노조는 대의원 의결을 거쳐 대통령실과 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상경 집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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