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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구온난화로 녹는 해빙, 극지 바다 더 거세게 요동친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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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구온난화로 녹는 해빙, 극지 바다 더 거세게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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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기후물리연구단, 초고해상도 기후모델로 '극지 해양 교란 강화' 규명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극지방의 해빙이 급속히 녹아내리면서, 앞으로 극지 바다의 해류가 더 불안정해지고 요동치는 체계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지구시스템 모델(CESM-UHR)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가 해빙을 줄여 해양의 중규모 수평 교란(mesoscale horizontal stirring) 현상을 뚜렷하게 강화시킨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현재 농도(왼쪽) 및 4배증(오른쪽) 조건에서의 북극해 3월 중규모 수평 교란 비교. 중규모 수평 교란은 유한 크기 리아프코프 지수(FSLE)를 이용해 정량화했다. FSLE가 높은 값을 가질수록(밝을수록) 수평 교란이 더 강하게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규석 IBS 기후물리연구단 학생연구원 제공(그림의 기초가 되는 지도는 NASA의 Visible Earth에서 차용).

대기 중 이산화탄소 현재 농도(왼쪽) 및 4배증(오른쪽) 조건에서의 북극해 3월 중규모 수평 교란 비교. 중규모 수평 교란은 유한 크기 리아프코프 지수(FSLE)를 이용해 정량화했다. FSLE가 높은 값을 가질수록(밝을수록) 수평 교란이 더 강하게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규석 IBS 기후물리연구단 학생연구원 제공(그림의 기초가 되는 지도는 NASA의 Visible Earth에서 차용).


이번 연구는 대기·해빙·해양을 통합한 초고해상도 전지구 시스템 모델을 통해 극지 해역의 동력학적 반응을 인류 최초로 정량화했다는 점에서 기후물리 연구에서 획기적 성과로 평가된다.

'중규모 수평 교란'이란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 규모로 바닷물이 수평 방향으로 뒤섞이며, 해류·난류·소용돌이 등이 결합된 복합적 흐름을 의미한다. 이 흐름은 열·영양분의 이동뿐 아니라 플랑크톤·어란·유충의 분포, 미세 플라스틱과 같은 오염물질의 확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극지 해역은 지리적 접근성 제한과 위성 해상도 한계로 인해 이러한 과정을 고해상도로 관측해온 연구가 극히 드물었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이용해 대기 해상도 0.25?, 해양 해상도 0.1?라는 정밀한 결합모델을 구축했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 수준, 2배, 4배로 설정해 시나리오별로 변화 추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할수록 북극과 남극 연안 해역에서 해류·난류의 강도 및 해수의 수평 교란이 함께 가속화됐다.


연구진은 유체 입자들이 얼마나 빠르게 분리되는지를 나타내는 '유한 크기 리아푸노프 지수(FSLE, Finite-Size Lyapunov Exponent)'를 활용했으며, 이 지수가 커질수록 교란이 강해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시뮬레이션상 북극 해역에서는 해빙 감소로 인해 바람이 표층 해수를 더 강하게 밀어내며 순환류와 난류가 강화됐고, 남극 연안에서는 녹은 해빙으로 인한 담수 유입이 해수의 밀도 차이를 키워 해류 및 혼합 흐름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현재 농도(왼쪽)와 4배증(오른쪽) 조건에서의 남극해 9월 중규모 수평 교란 비교. 중규모 수평 교란은 유한 크기 리아프코프 지수(FSLE)를 이용해 정량화했다. FSLE가 높은 값을 가질수록(밝을수록) 수평 교란이 더 강하게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규석 IBS 기후물리 연구단 학생 연구원 제공(그림의 기초가 되는 지도는 NASA Visible Earth에서 차용).

대기 중 이산화탄소 현재 농도(왼쪽)와 4배증(오른쪽) 조건에서의 남극해 9월 중규모 수평 교란 비교. 중규모 수평 교란은 유한 크기 리아프코프 지수(FSLE)를 이용해 정량화했다. FSLE가 높은 값을 가질수록(밝을수록) 수평 교란이 더 강하게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규석 IBS 기후물리 연구단 학생 연구원 제공(그림의 기초가 되는 지도는 NASA Visible Earth에서 차용).


제1 저자인 이규석 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원은 "지리적 구조가 다른 북극해와 남극 연안 해역은 해수 수평 교란을 강화하는 역학 과정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며 "그런데도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두 해역 모두에서 교란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결과는 매우 일관적이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이준이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수평 교란이 어란·유충의 생존환경, 미세플라스틱 확산, 해양 생지화학 구조 등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을 본격적으로 탐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해빙 감소가 단순히 얼음 면적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지 해양의 '역동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재생에너지·해상풍력 개발, 항로 개척, 극지 자원 탐사의 기술적·환경적 리스크 평가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중요한 고려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은 "현재 우리 연구단은 기후와 생명 시스템을 통합하는 차세대 지구시스템 모델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극지 생태계가 지구온난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 반응이 지구 전체에 어떤 파급을 미치는지를 보다 정확히 예측할 것"이라며 "이 같은 예측 역량은 우리나라가 기후물리 분야에서 세계적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 IF 27.1) 11월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논문명은 "해빙 감소로 강화되는 미래 극지 해양의 중규모 수평 교란(Future mesoscale horizontal stirring in polar oceans intensified by sea ice decline)"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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