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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공간 스모판…다카이치 ‘총리배’ 수여자로 오를까

동아일보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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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공간 스모판…다카이치 ‘총리배’ 수여자로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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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시상자로 설 수 있을지 관심

스모협회 “전통문화 계승이 우리 사명”

과거 여성 관방-오사카 지사도 퇴짜 맞아
다카이치 日총리

다카이치 日총리


일본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달 말 총리배(杯) 스모 대회 시상식 때 시상자로 스모 경기장에 오를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은 일본스모협회에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배 대회의 시상자로 나설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일이 우리들의 사명’이란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스모는 일본 전통 종교인 ‘신토’(神道)의 제의로 시작돼 여성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두 선수가 경기를 벌이는 원형 경기장을 둘러싼 정사각형 구역을 ‘도효’(土俵)라 부르는데, 도효는 신을 맞는 제단으로 여겨져 여성의 출입이 금지된다. 2018년 도효에서 인사말을 하던 정치인이 갑자기 쓰러져 여성 간호사들이 뛰어올라 응급처치를 하자 스모협회 측이 장내 방송으로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달라”고 요구한 일도 있었다.

여러 일본 여성 정치인들은 ‘금녀의 벽’에 도전했으나 좌절했다. 1989년 일본 첫 여성 관방장관 모리야마 마유미(森山眞弓)가 시상자로 나서겠다고 했지만, 스모협회는 “여성은 도효에 올라갈 수 없다”며 거부해 무산됐다. 2000년 일본 첫 여성 지사가 된 오타 후사에(太田房江) 오사카부 지사도 지사상을 직접 건네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가 이달 10일~23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규슈바쇼’에 관방장관 등 고위 관료를 대참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규슈바쇼는 일본스모협회가 연간 6번에 걸쳐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에서 여는 공식 프로 스모 대회 ‘혼바쇼’(本場所)의 마지막 대회로, 연말을 앞두고 열려 가장 주목을 받는 대회다. 마지막 날엔 우승자에게 최고 영예 상인 ‘내각총리대신배(杯)’를 수여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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