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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도 꺾지 못한 조선 문인화의 기개

조선일보 대구=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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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도 꺾지 못한 조선 문인화의 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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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은 이정 ‘삼청첩’ 첫 전체 공개
대구간송미술관 기획전 12월 21일까지
이정, ‘신죽(新竹)’. 조선 1594, 검은 비단에 금니. 보물로 지정된 ‘삼청첩’ 중 한 그림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신죽(新竹)’. 조선 1594, 검은 비단에 금니. 보물로 지정된 ‘삼청첩’ 중 한 그림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문인화가 탄은 이정(1554~1626)의 이름이 생소한 사람도 그의 작품은 눈에 익을 것이다. 5만원권 지폐의 뒷면에 새긴 대나무 그림이 그의 작품이다. 5만원권 앞면에는 신사임당 초상화가 있고, 뒷면엔 조선 중기 화가 어몽룡의 ‘월매도(月梅圖)’와 이정의 ‘풍죽도(風竹圖)’가 겹쳐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열고 있는 기획전 ‘삼청도도(三淸滔滔)-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에서 탄은 이정을 집중 조명한다. 이정은 세종대왕의 고손자이자 ‘조선 묵죽화(墨竹畫)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화가. 이번 전시에서 이정의 그림과 시를 함께 엮은 시화첩 ‘삼청첩(三淸帖)’ 전체를 처음 공개했다.

이정, ‘월매(月梅)'. 조선 1594, 검은 비단에 금니. 보물로 지정된 ‘삼청첩’ 중 한 그림으로, 둥글게 뜬 달을 배경으로 꽃이 핀 매화 줄기를 그렸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월매(月梅)'. 조선 1594, 검은 비단에 금니. 보물로 지정된 ‘삼청첩’ 중 한 그림으로, 둥글게 뜬 달을 배경으로 꽃이 핀 매화 줄기를 그렸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삼청첩은 사연 많은 유물이다. 임진왜란 때 왜적의 칼에 맞아 오른팔을 크게 다친 이정이 어느 정도 부상이 회복되자 건재함을 알리고 무너진 조선의 사기를 북돋우고자 1594년 완성했다. 병자호란 때 불에 탈 뻔했고,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됐으나 간송 전형필이 수집해 국내로 들여왔다. 미술관은 “조선의 국난과 극복의 서사를 담은 역사적 유물이자 한국 회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작품”이라고 했다. 세 가지 맑음을 뜻하는 ‘삼청(三淸)’은 군자가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을 가리키는 말로, 매화·대나무·난초를 뜻한다.

이정의 '삼청첩' 전면이 공개된 1부 전시실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의 '삼청첩' 전면이 공개된 1부 전시실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풍죽(風竹)'. 바람에 맞선 대나무를 그렸다. 5만원권 뒷면에 새겨진 그림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풍죽(風竹)'. 바람에 맞선 대나무를 그렸다. 5만원권 뒷면에 새겨진 그림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의 '풍죽'이 영상과 함께 전시된 2부 전시실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의 '풍죽'이 영상과 함께 전시된 2부 전시실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넓은 전시실 하나를 오로지 삼청첩에 할애해 그림 사이를 거닐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표지와 공란까지 포함해 56면 전면을 낱장으로 모두 공개했다. 검은 비단에 금빛 안료(금니)를 써서 매화·대나무·난초를 그렸고, 당대 최고 문인이었던 최립, 한호, 차천로가 글을 더했다. 또 다른 전시실에서는 이정의 묵죽화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풍죽’을 영상과 함께 전시했다. 5만원권 뒷면에 나오는 그 그림이다. 12월 21일까지.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 전시에 나온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간송미술문화재단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 전시에 나온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간송미술문화재단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는 특별전 ‘보화비장: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이 열리고 있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근대 수장가 7인의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존 개스비 등에게서 인수한 대표 소장품 26건 40점을 볼 수 있다. 30일까지.

[대구=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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