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 파워 보여준 APEC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일환으로 열린 환영 만찬 문화 공연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1일 이번 APEC 정상회의 결과 문서로 채택된 ‘경주선언’에는 처음으로 ‘문화 창조 산업’ 협력에 대한 항목이 포함됐는데, 그에 앞서 ‘K문화’가 먼저 주목을 받은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높아진 K문화의 위상이 드러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태국 총리 부인도 GD 공연 ‘찰칵’
지난 31일 APEC 정상 환영 만찬이 열린 경주 라한셀렉트호텔 대연회장 무대에 화려한 조명이 비쳤다. 신라 시대 전설에 등장하는 피리 ‘만파식적’의 선율이 공연의 시작을 알리자,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출신인 가수 지드래곤(GD·본명 권지용)이 등장했다.
◊태국 총리 부인도 GD 공연 ‘찰칵’
지난 31일 APEC 정상 환영 만찬이 열린 경주 라한셀렉트호텔 대연회장 무대에 화려한 조명이 비쳤다. 신라 시대 전설에 등장하는 피리 ‘만파식적’의 선율이 공연의 시작을 알리자,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출신인 가수 지드래곤(GD·본명 권지용)이 등장했다.
연합뉴스APEC 만찬 들썩이게 한 지드래곤 가수 지드래곤(오른쪽)이 지난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공연하고 있다. 각국 정상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었고, 만찬이 끝난 이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국민들에게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지드래곤은 중절모에 진주 장식 끈을 매달아 한국 전통 갓을 연상시키는 모자를 쓰고 나왔다. 올해 세계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하는 보이 그룹 ‘사자보이즈’의 멤버 진우를 떠올리게 하는 의상 연출이었다. 그는 “APEC 2025 홍보대사 지드래곤입니다”라고 소개하더니 첫 곡으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파워’를 열창했다.
지드래곤의 공연이 시작되자, 각국 정상의 얼굴은 눈에 띄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알베르토 반 클라베렌 칠레 외교장관,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의 배우자 티나논 니라밋 여사 등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직접 공연을 촬영했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어깨를 들썩이는 참석자도 있었다.
유튜브 ‘APEC 2025 KOREA’캐나다 총리도 GD는 못 참지 마크 카니(오른쪽) 캐나다 총리가 지난 31일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 무대에 오른 가수 지드래곤의 공연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
올해 78세인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만찬 후 지드래곤의 공연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많은 K팝 팬이 오늘 밤 지드래곤 공연을 공유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의 활약 몇 순간을 공유한다”고 했다. 이브라힘 총리는 이 영상에 ‘K팝Forever(K팝 영원히)’라는 문구의 해시태그도 붙였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공연을 관람 중인 자신의 사진을 X(옛 트위터)에 올리며 “식사는 물론, K팝 스타 지드래곤의 멋진 공연도 있었다. 한국 대단하다”고 했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1일 직접 찍은 지드래곤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APEC에 정책과 무역 협상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고, 마르셀로 에브라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인스타그램에 “K팝의 왕이 당신인가요?”라며, 지드래곤의 인스타그램 계정 아이디를 함께 태그했다.
◊정상 간 화제가 된 ‘로봇 나비’
이날 만찬 말미에는 ‘나비, 함께 날다’라는 주제의 공연도 펼쳐졌는데, 빛나는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영상 앞 무대에서 실제 로봇 나비가 비행했다. 나비는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상징물로, 21개 회원국 간의 연결·번영·혁신을 의미한다.
연합뉴스21국 이어주는 ‘로봇 나비’ 지난 31일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로봇 나비를 날려 보내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내년 APEC을 개최하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1일 경주 APEC 폐막과 함께 열린 의장국 인계식에서 이 공연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어제 저녁 나비가 날아다녔다. 참 아름다운 만찬이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에도 나비를 이렇게 아름답게 날리실 거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이 아름다운 나비가 (내년 APEC 개최지인) 선전(深圳)까지 날아와서 노래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 공연에서 관객 위로 날아다니는 나비가 시끄러워서, 제가 시 주석에게 ‘나비는 원래 조용히 나는데 이 나비는 모터 소리가 난다. 내년엔 소리 나지 않는 진짜 나비를 만들어 날려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소개했다.
환영 만찬의 사회는 육군 군악대대 팡파르대에서 일병으로 복무 중인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맡았다. 11세 바이올리니스트 김연아양이 ‘케데헌’의 주제곡 ‘골든’을 연주하고 바로 옆에서 사족 보행 반려 로봇인 ‘스폿’이 박자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스폿’은 현대차 그룹이 인수한 미국의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했다. ‘케데헌’의 안무가로 참여한 리정, 엠넷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우승자인 허니제이는 ‘K댄스’를 선보였다.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도 이어졌다. 만찬 메뉴로는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가 ‘한식과 양식의 조화’를 주제로 경주산 식재료를 활용한 나물 비빔밥과 갈비찜 등 한식과 파이, 캐러멜 디저트 등 서양식 요리를 선보였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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