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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비리 '죄없음' 되는데…與, 배임죄 폐지 강행의지

이데일리 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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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비리 '죄없음' 되는데…與, 배임죄 폐지 강행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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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배임죄 폐지 경제활력법…李구하기로 매도말라"
法, 대장동 일당 1심서 중형…"개발비리=배임" 인정
배임죄 폐지시 면소…'재판 중지' 李 대통령도 해당
개정시엔 재판 유지…野 "폐지 아닌 개정으로 가야"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대규모 개발이익 사회 환원을 강조하며 “단군 이래 최대 치적 사업”이라고 강조해왔다. 사진은 2017년 3월 7일 이 대통령이 환수한 대장동 개발이익 중 일부를 통한 성남 신흥동 1공단 부지 매입 및 공원조성사업 사용 발표 모습. (사진=성남시)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대규모 개발이익 사회 환원을 강조하며 “단군 이래 최대 치적 사업”이라고 강조해왔다. 사진은 2017년 3월 7일 이 대통령이 환수한 대장동 개발이익 중 일부를 통한 성남 신흥동 1공단 부지 매입 및 공원조성사업 사용 발표 모습. (사진=성남시)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법원이 대장동 개발비리 일당에게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해 1심에서 중형을 선고한 가운데, 여당이 배임죄 개정이 아닌 폐지 의지를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 후 대체입법’의 경우, 개정과 사실상 대동소이하지만,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관련 혐의에 대해 ‘면소(공소권이 없어져 기소 면제)’ 판결이 내려진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여기엔 대장동 개발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도 해당돼 정치적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비리에 대해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하는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다. 대장동 일당의 형량 산정에는 형법상 배임죄에 더해 피고인별로 뇌물·횡령·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들이 추가됐지만, 기본적인 범죄 혐의의 본질은 ‘배임죄’다.

구체적으로는 유 전 본부장이 김씨 등 민간개발업자들을 사업자로 내정하고 이들에게 유리하도록 사업자 공모를 했고, 실제 사업자 심사에서도 불공정 심사를 통해 김씨 등을 사업자로 선정했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개발사업 과정에서 객관적 검증절차 없이 성남도개공이 1822억원 상당의 확정이익만 받기로 하고, 추가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묵살해 공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주된 혐의다.

李 “단군이래 최대 치적 사업”→法 “막대한 개발이익 민간업자에 돌아가”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성남도개공 측의 배임 행위가 있었고, 여기에 김씨 등 민간 개발업자들이 공모해, 성남도개공 측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는 점을 모두 인정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이 김씨 등으로부터 예상이익이 4000억~5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알고 있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업시행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다”며 “지역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막대한 택지 개발이익이 민간업자들에게 배분되는 재산상 손해가 현실화됐다”고 질타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1심 재판부가 ‘성남시 수뇌부’의 관여 가능성을 지적했기에, 민주당이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 방침을 고수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배임죄 폐지는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개혁”이라며 ‘이 대통령 구하기’로 매도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배임죄 개정과 달리 민주당이 추진하는 ‘폐지 후 대체입법’의 경우, 시행될 경우 배임죄로 (시행 당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에게 면소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대장동 일당에 대한 확정 판결 전 시행이 될 경우 핵심 혐의인 배임죄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로만 양형 판단을 받게 돼, 형량이 대폭 감경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개발업자인 김만배씨에게 내려진, 배임에 대한 추징금 428억원도 취소될 확률이 높다.

與 “법원서 李 무관 확인”→法 “유동규 주도했지만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

대장동 일당에 대한 확정 판결 이후 배임죄 폐지가 시행될 경우엔, 현재 재판이 중단된 상태인 이 대통령만 면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재판중지법엔 무죄나 면소가 확실한 경우엔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법안 모두 입법될 경우 대통령 재임기간이라도 법원이 대장동 배임죄 면소 판결을 선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1심 재판부가 “성남시장은 유동규 등과 민간업자의 유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서 환지를 자신할 수 없었다”고 판단한 부분을 근거로 “이 대통령이 대장동 일당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판결 곳곳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단군 이래 최대 치적(治績)사업”과는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더욱이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중간관리자로서 배임 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이 대통령 등 당시 성남시 관계자들이 별도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성남시 수뇌부’에 대해선 구체적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배임죄 폐지’의 논거 중 하나로 국민의힘이 지속적으로 ‘배임죄 개정’을 추진해왔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 역시 경영판단원칙 명문화·특별배임 정비 등 완화·개선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폐지’와 ‘개정’이 면소 여부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이 이를 말장난식으로 교묘하게 포장하는 저급한 정치 프레임이라고 힐난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개정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 오히려 배임죄의 ‘모호성과 과잉 적용’을 줄이자는 방향을 꾸준히 주장해왔다”며 “민주당은 배임죄 자체를 없애 이 대통령의 재판을 원천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