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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손 내밀고 미국엔 허리 굽힌 다카이치…시진핑과는 ‘가시 품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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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손 내밀고 미국엔 허리 굽힌 다카이치…시진핑과는 ‘가시 품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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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열흘여 만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참석 등 주요 외교 일정을 소화해내며 일본 내에서는 ‘무난한 외교 데뷔전’을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과는 동맹 과시, 한국에는 비교적 우호적 제스처, 중국에는 가시 품은 대화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일 “다카이치 총리가 한·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분주한 외교 데뷔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2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28일 도쿄 미-일 정상회담, 그리고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중-일 정상회담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눈도장’을 찍는 데 주력했다. 관세 인하 조건으로 약속한 대미 투자 5500억달러(약 787조원)의 세부 이행 계획과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방위비 인상 등을 약속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와 강제동원 피해 제3자 변제안 등 과거 이뤄진 양국 간 합의를 지키겠다고 밝힌 한국에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우호의 손짓을 내밀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펙 기간 만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에 대응해 ‘현실 외교’를 앞세우며 우호적 관계 유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도 1일 기자회견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만나기 전 걱정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만나서 상당 시간 대화를 나눠보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도 ‘대한민국에서 이재명이 당선됐을 때 극좌인데 걱정된다’하고 생각했을 거 같다”고도 말했다.



반면 중국과는 ‘가시 품은 대화’가 오갔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첫 만남에서 “전략적 상호 호혜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홍콩 등에서 인권 문제, 영유권을 다투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한 우려를 거침없이 전달했다. 시 주석 역시 다카이치 총리에게 “침략 역사에 대해 반성해야만 한다”고 말해 긴장감을 불렀다.



다카이치 총리의 주변국 외교가 막 첫발을 뗐지만 과제는 여전하다. 한-일 정상회담 직후인 2일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일본 자위대 기지에서 급유받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최근 독도 비행 이력 문제로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과거사·영토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중 관계에 대해서 지지통신은 “중-일 사이 현안도 진전이 보이지 않고, 중국 쪽은 다카이치 총리의 태도도 신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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