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세부 구성안이 확정되면서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 확대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협상에 따라 한국 정부가 주도해 미국에 약 10년간 매년 현금으로 투자해야 하는 200억달러(약 286억원)는 지난해 대미 해외직접투자(FDI)와 맞먹는 규모다. 해외직접투자란 국내 기업이 외국에 있는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지분 등을 취득하는 것으로, 최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느는 추세다.
2일 기획재정부의 해외직접투자 통계를 보면, 2020년 151억6천만달러였던 대미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220억8천만달러로 5년 만에 45.6%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등이 포함된 전기장비·전자부품 등 제조업의 미국 투자액이 39억2천억달러로 대미 총투자의 17% 이상을 차지하는 등 첨단산업 투자가 총투자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합의 뒤 미국내 투자처로 첨단 제조업, 인공지능 등을 언급했고, 우리 정부도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 투자할 산업과 국내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 겹칠 가능성이 크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올해 1~9월 전기차 전환을 포함한 자동차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6%,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는 같은 기간 15.7% 증가하는 등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늘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는 한겨레에 “과거 중국에 대한 투자는 저부가가치 산업 쪽으로 많이 이뤄졌고, 국내 투자는 고부가가치 산업 쪽으로 활성화되면서 상호 보완성이 있었다”며 “지금 대미투자는 전기차·반도체 등 첨단산업 쪽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할 것을 미국에 투자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 여력이 줄고 현금흐름이 나빠지면 결국 지역경제와 고용에 타격을 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 뒤 논평을 내어 “이러한 대규모 해외투자는 국내 중소기업과 지역산업의 자금흐름을 약화해 민생경제 전반의 투자 여력을 축소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조업 중심 지역과 중소도시 경제의 위축, 조선·철강·부품 산업 등 주력 제조업 기반 약화는 하청·중소기업의 경영난과 지역 고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허 교수는 “미국 쪽 투자와 고용이 늘고 산업 구조조정이 강제적으로 이뤄지면서 제조업 분야가 위축되는 산업 공동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서비스 산업 개발 등 대대적인 산업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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