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김천김밥축제’ 인스타그램 갈무리 |
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9월에 일본 홋카이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홋카이도 개척 과정에서 계획도시이자 근대적 농업도시로 조성된 삿포로가 궁금했다. 마침 ‘삿포로 오텀 페스트’가 열려 여러번 방문했다. 이 행사는 홋카이도의 수확철에 맞춰 다양한 식재료와 세계 음식을 즐기는 미식 축제다. 발달한 낙농업에 기반한 유제품 디저트, 풍부한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 지역별 라멘, 홋카이도 대표 요리인 징기스칸(양고기 요리) 등을 무려 동서로 1.5㎞에 이르는 오-도리 공원을 활용한 11개 테마존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마츠리의 나라답게 일본 지역 축제 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많다. 삿포로 겨울 눈 축제와 여름 맥주 축제는 여행 성수기와 맞물려 인산인해를 이룬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의 시작과 함께 지역에서 수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양양은 10월24일부터 사흘간 연어 축제를 진행했다. 해당 기간에는 전국에서 50개가 넘는 축제가 동시다발로 열렸다. 김천 김밥 축제, 원주 만두 축제, 전주비빔밥 축제, 횡성 한우 축제, 예산 사과 축제, 대전 와인 축제, 광주 김치 축제, 영주 인삼 축제 등 특산물을 중심으로 먹거리를 테마로 내세워 축제가 열렸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이 이번 주말에 이 악물고 맛있어진다”라거나 “분신술을 배워야겠다”는 등 흥미로워하는 반응이 많았다. 이 수많은 축제 중 방문객의 선택을 받은 곳은 어디였을까?
일부 성공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 축제는 특색 없이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는 등 천편일률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특산물 판매대, 시식 코너, 공연 무대, 푸드트럭 등 10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고 이 지역과 저 지역이 역시 다르지 않아서다. 지역 축제는 태생적으로 외부에서 오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기획의 뾰족함부터 운용의 묘까지 두루 뛰어나야 먼 곳까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일부러 찾아올 만한 명분을 줄 수 있다. 그래야 축제가 끝난 뒤에도 해당 지역에 관심을 두거나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이번의 지역 간 축제 대전에서 최후의 승자로 거론되는 김천 김밥 축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콘셉트과 타깃이 명확하고 프로그램이 독특하고 이를 일관되게 구현하는 기획력과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지난 10월25일 경북 김천시에서 열린 김밥축제 첫날 8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김천시 제공 |
김천 김밥 축제는 사람들이 도시 김천은 몰라도 ‘김밥천국’은 안다면 이를 김천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 활용하겠다는 과감한 결정부터 달랐다. 더 중요한 건 이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면서 전형적인 축제를 반복하는 쉬운 길을 피했다는 점이다. 지역이나 주제와 연관 없는 초대 가수에 예산을 쓰는 대신 캐릭터를 개발해 이를 활용한 다양한 기념품을 제작하고 김밥 잔여 수량 전광판을 만들어 편의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의전 행사를 없앴다. 이를 통해 즐기는 재미가 있는 축제라는 차별점을 만들어 냈다. 김천이 한달 앞서 진행한 포도 축제가 별다른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것도 특산품 중심의 관성적 축제를 되돌아봐야 할 이유다. 포도 축제는 김밥 축제와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기획력 부재로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없었다는 평을 들었다.
축제가 끝난 다음날 지역 신문을 보면 지자체의 보도자료에 기반한 ‘축제 성료’ 기사가 많다. 모두가 성황리에 끝났고 예년보다 많은 수십만명이 왔고 지역 경제 효과가 수백억원이라고 호평한다. 과연 그럴까? 정말로 모두가 분신술을 써서 그 수많은 축제를 전부 다녀온 걸까?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앞으로 비슷한 시기에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열리는 축제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듯하다. 김천 김밥 축제처럼 지역 축제를 잘하면 충주맨이 충주의 인지도를 높인 것과 같이 놀라운 효과를 낼 수 있다. 당연하게도 축제 담당 기관은 물론 지역 전체가 축제에 대한 관성적인 생각을 버려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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