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법정에 돌아왔다. 지난 7월 재구속 된 이후 사실상 재판을 ‘보이콧’ 해왔지만 곽종근 전 사령관,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 중요 증인이 나오자 출석해 직접 신문했다.
김건희 문자 나오자 ‘발끈’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5부(부장 백대현)가 진행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5차 공판에 출석했다. 지난 9월 26일 첫 공판과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한 뒤 처음이었다.
이날 증인으로는 윤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린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출석했다.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핵심 혐의를 두고 특검 측과 윤 전 대통령 측이 날카롭게 맞섰다.
특검 측이 김 전 차장과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해 12월께 나눈 텔레그램을 제시하자 윤 전 대통령 측이 즉각 반응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해당 대화는 윤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와 관련이 없다며 신문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 씨와 김 전 처장의 대화에 윤 전 대통령이 영장 집행을 우려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에 주목했다.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께 이미 영장 집행을 막고자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김 씨와 김 전 처장의 대화를 영장 집행 방해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특수공무집행방해 5차 공판 (25.10.31)
윤석열 제 아내가 궁금하고 걱정돼서 문자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검찰에 26년 있으면서 압수수색 영장 수없이 받아봤습니다. 여기(대통령 관저)는 군사보호구역이고 청와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입니다. (중략) 국군통수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막 들어와서 압수수색한다는건 우리나라 역사에 없을 일이어서 제가 이거를 가지고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략)
그런데 뭐 아내가, 여자가 물어보는 거 가지고… 제가 걱정되면 경호차장과 저는 통화도 많이 했고, 산보 갈 때도 연락해서 오라고 하고, 제가 관저에 혼자 있으면 점심 먹으러 오라고도 하는 관계니 바로 전화도 하고, 야단도 칠 수 있는 거고… 그리고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뭡니까, 뒤에 여사를 붙이든지 해야지.
김성훈 전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3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 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 |
윤 전 대통령 본인은 전례를 고려하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아 걱정한 적이 없고, 김 씨의 대화는 대통령의 아내로서 ‘사적인 고민’이라는 취지다.
김 씨는 김 전 차장에게 “관저 대비실(대통령비서실)을 압수수색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민주당에서 발의한다고 하는데 통과되면 경호처에서 막을 수 없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김 전 차장이 “막을 수 있다”고 답하자 “막을 수 있는 건가. ‘브이’는 살짝 걱정을 한다. 알아봐달라”고 했다.
특검 측은 이런 정황 등을 근거로 대통령 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영장 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차장은 특검 조사에서는 김 씨에게 한 답장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영장 집행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답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는 부정했다. 김 전 차장은 “제가 지치고 힘든데 검사가 질문하니 넘어간 것이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는 제 의지대로 답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영장 집행 방해를 위한 사전 지시가 없었다는 취지다. 이어 “당시는 12월로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할 이유가 없었다. 1월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저도, 대통령도 집행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안 했다”며 “대비도 대책도 없었다. 군사보호시설인데다 경호구역이라 경호처장이 거부하면 못 들어온다고 인식했다”고 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영장 집행을 위해 대통령 관저로 밀고 들어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집행을 방해할 계획을 세울 수도 없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특전사령관 말 끊고, 비웃고…“장관에게 안 물어봤느냐”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윤 전 대통령은 하루 앞선 지난달 30일에도 법원에 나왔다. 이번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부장 지귀연)가 심리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된 이후 13차례 불출석 했지만 이날은 직접 증인을 신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을 국회로 보낸 이유는 ‘질서 유지’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일 국회 뿐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장소 ‘확보’ 지시를 받았고, 비상계엄 당일 국회 확보는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라는 명령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26차 공판 (25.10.30)
특검 12월 4일 00시 38분 이후에 김현태(전 707특수임무단장)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전기라도 차단할 수 있느냐’라는 이야기를 했나요?
곽종근 네. 제가 한 말이 맞습니다.
특검 전기 차단 이야기는 국회가 해제 의결하기 전에 한 것이 맞나요.
곽종근 네. 전입니다.
특검 왜 전기를 차단하려고 했습니까?
곽종근 제 생각은 분명했습니다. 인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거의 안 된다는 심리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그럼 전기라도 끊으면 안될까?’ 당연히 국회 본회의장 의결을 염두에 두고 (김현태에게) 꺼냈던 겁니다. (중략) 복도 불을 끄려고 한 건 아닙니다. 다만 김현태한테 표결을 방해해야 하니까 전기를 끌 수 있냐 이렇게 묻지는 않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장의 군인들이 국회 의결 방해를 위해 ‘전기 차단’까지 시도한 것은 곽 전 사령관의 과잉 대응이었다는 입장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혼란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질서 유지, 시민 보호 차원에서 군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질서 유지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비상계엄) 전이든, 중이든, 후든 질서 유지나 시민 보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재판이 끝나갈 무렵 윤 전 대통령은 두 번째로 곽 전 사령관을 직접 신문했다.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26차 공판 (25.10.30)
윤석열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계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임무, 거점 (확보) 지시를 받았다면 장관한테 ‘투입되는 군 규모는 어느 정도냐’, ‘어떤 계엄이냐’ 이렇게 물어본 적 있습니까? (중략) 계엄 선포라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곽 사령관이 해야 할 임무를 미리 들었다면 ‘군 규모는 어느 정도 투입됩니까’, ‘확 엎는 겁니까? 이런 궁금증이 안 생겼어요?
곽종근 솔직히 제가 되묻고 싶습니다. 평상시에 될 상황도 아니고 (사령관들이) ‘안 됩니다’ 하는 과정이 있었다. ‘전방에 상황이 있으려나? 설마 아니겠지’ 이런게 12월 3일까지 머리에 있다가…
윤석열 (말 끊으며) 왜 여쭤보냐면 (중략) 전세계 중계되는데 국회 본회의장에 특수부대 들어가서 의원 끄집어내고 그러면 아무리 독재자라도 성하겠습니까? (중략) 전자 투표 막으려고 단전이라도 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임무 수행하려는 입장이면 ‘대통령께서 이걸 왜 하려고 합니까’ 이런 이야기 들었을 수도 있잖아요. (중략) 안 물어봤어요?
곽종근 김용현 장관하고 제 생각이 결이 다르거나 격이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김용현 장관이 ‘이번 비상계엄은 경고하고 빨리 빠질 거야’라고 이야기했다면 ‘군복 입은 사람이 거기 왜 들어갑니까? 경찰 넣지, 왜 그렇게 됩니까’라고 되물었을 겁니다. 그런 이야기 자체를 김용현 장관이 한 적이 없고…
윤석열 아니, 제 말은…
재판장 증인 말을 좀 끝까지 들어보죠.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임무를 제대로 묻지 않은 곽 전 사령관을 탓했다. 곽 전 사령관은 답답하다는 듯이 “솔직히 되묻고 싶다”며 맞받아쳤다. 재판부는 곽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