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엔비디아가 정부와 국내 4개 기업(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클라우드)에 총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투입하기로 했다. 최대 14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한국도 전 세계 흐름에 맞춰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각종 규제 완화, 산학연 협력 강화 등이 뒤따라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 美·中과 격차 크지만 GPU 보유 대수 3위권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엔비디아 GPU 26만개를 활용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동차·제조·반도체·통신 등 주요 산업의 AI 개발과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번에 공급되는 GPU는 최신 'GB200 그레이스 블랙웰'로, 'RTX 6000 시리즈'도 일부 혼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추산으로 GB200의 가격이 대략 3만∼4만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총 공급 규모는 10조∼14조로 추정된다.
당초 정부는 2030년까지 GPU 20만장을 확보해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당초 계획보다 더 단기간에 더 많은 물량의 GPU를 갖추게 됐다. 이로써 GPU 보유 대수만 보면 전 세계 3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 수석은 “원래 들어와 있는 게 한 4만장 되는데, 다 합하면 30만장 정도로 전 세계 3등”이라며 “굉장한 중요한 시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2·4분기의 경우 전 세계 AI 인프라 지출의 76%를 미국이 휩쓸었다. 이어 중국(11.6%), 아시아태평양 지역(6.9%), 유럽·중동·아프리카(4.7%) 순이었다. IDC는 중국(41.5%) 미국(40.5%)의 경우 AI 인프라 지출이 연 평균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 한국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 "데이터센터 규제 완화·산학연 협력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GPU 물량 확보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데이터센터 등 각종 규제 완화, 산학연 협력 강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AI 인프라가 부족했던 만큼 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GPU가 거의 1년 단위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GPU만 있어선 안 되고 데이터센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데이터센터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도권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몇 가지 법에 의해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없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지방 쪽에서의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도 GPU 대량 확보를 환영하면서 산학연간 협력 강화, 인재 채용 등에 대한 해결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돈이 있어도 GPU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26만장을 확보한 것은 예상 밖 규모”라며 “우리가 그동안 걱정했던 AI 인프라 부분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대학교나 연구소 상황이 굉장히 열악한 만큼 미국, 중국처럼 산학연간 연결이 밀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들이 AI로 투자한 걸로 돈을 벌어야 AI 인재를 더 뽑을텐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어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등을 통해 인재들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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