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가 내년 7월 독일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에서 듀오로 호흡을 맞춘다. 루드 피아노 페스티벌 누리집 갈무리 |
피아니스트 조성진(31)이 그동안 비밀에 부친 실내악 파트너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41)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내년 여름부터 듀오로 호흡을 맞춰 투어에 나선다. 내년 7월7일 독일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연주가 그 첫걸음이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와 최정상 바이올린 연주자의 듀오 결성이 눈길을 끈다.
조성진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엔 실내악 연주자와 짝을 이뤄 여름 투어를 진행한다”고 예고하면서도,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작곡가 모리스 라벨 피아노 전곡집 음반을 발매하면서 영상으로 진행된 간담회였다. 당시 조성진은 “성격도 잘 맞고 너무 좋아하는 연주자인데, 음악적 파트너로서 깊은 관계를 가지며 투어할 계획”이라며 “연주자 이름과 악기는 아직 비밀”이라고 했다.
조성진과 실내악 파트너로서 투어에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서울시향 제공 |
조성진과 합을 맞출 하델리히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 1위로 선정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조성진은 지난해 피아니스트 부문 5위였다. 세계 각지의 공연장들이 앞다퉈 두 사람을 초대한다는 얘기다. 하델리히는 빼어난 기교와 시적 감성, 통찰력을 고루 갖춘 연주자로 평가받는다. 2022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하는 등 한국을 자주 찾았다. 지난 6월에도 서울시향과 협연했다. 부모가 독일인이지만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하델리히는 7살에 첫 콘서트를 연 신동이었다. 15살에 가족 농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얼굴과 상반신에 큰 화상을 입었지만, 연주가 힘들 것이란 주변 우려를 씻고 재기에 성공한 집념의 연주자다. 피부이식 수술과 재활 치료를 거쳐 2006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누리집을 보면, 조성진과 하델리히는 내년 연주회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비의 노래’와 야나체크 바이올린 소나타, 미국 여성 작곡가 에이미 비치가 작곡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로망스’,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이 페스티벌은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할 때면, 마치 평생을 함께 연주해온 듯한 호흡을 보여준다”며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섬세하고 열정적으로 살아 있는 대화로 녹아든다”고 평했다. 루돌프 부흐빈더, 이고어 레비트, 그리고리 소콜로프,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파즐 사이, 재즈 음악가 다이애나 크롤 등 스타 피아니스트들이 이 축제에 참여한다.
넓은 음역과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피아노와 섬세한 선율 악기인 바이올린 2중주는 실내악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형식이다. 피아니스트가 반주자로서 보조적 위치에 머무는 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와 동등한 주연으로서 밀접한 대화를 나누며 음악을 완성한다. 1950년대부터 활동하며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을 낸 바이올리니스트 아르튀르 그뤼미오와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은 전설적인 듀오로 꼽힌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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