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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도, 노무현도...국익중심 실용외교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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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도, 노무현도...국익중심 실용외교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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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6월3일 대선에서 49.42%를 득표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8.34%를 득표했습니다.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49.49%로 이재명 대통령 득표율보다 높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아슬아슬하게 패배한 이후 국회의원이 됐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됐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막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그런데도 전임자의 위헌 계엄과 파면으로 치른 궐위 대선에서 득표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여러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부담됐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 양극화 지형에서 유권자의 절반 정도가 민주당 후보에 대해 맹목적인 반감을 가진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봅니다. 확증편향 확산으로 인한 정치 양극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심각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분단과 내전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의 기득권 세력은 해방 이후 분단과 북한의 남침 덕분에 반공을 명분으로 기득권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분단 기득권 세력입니다. 분단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정치인과 자유를 요구하는 민중을 빨갱이로 몰아 처형하고 탄압했습니다.



물론 분단 기득권 세력은 북한에도 있습니다. 김일성은 남침 실패의 책임을 남로당에 뒤집어씌웠습니다. 박헌영을 ‘미제의 간첩’이라는 이유로 처형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왕조를 구축했고 그 아들과 손자가 지금까지 북한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반공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분단 기득권 세력의 유일한 이데올로기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정적인 조봉암 진보당 당수를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켰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을 반공법 위반 혐의를 뒤집어씌워 사형시켰습니다.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을 조작해 8명을 사형시켰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은 정치인 김대중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수많은 간첩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분단 기득권 세력의 빨갱이 몰이는 먼 옛날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명분은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이었습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반공 이데올로기 그대로입니다.



“우리의 두 어깨에 있는 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아니다. 내년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은 장동혁 지도부가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대한민국이 패배하는 것이다. 우리가 국민의힘을 지켜내지 못하면,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한 이 자유대한민국과 박정희 대통령이 일궈낸 한강의 기적, 그 위에서 세계로 도약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무너질 것이다.”



“우리가 지금 시작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만들 때, 제헌 헌법을 만들 때, 대한민국 국민이 헌법에 심어놓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굳건히 지켜내겠다는 체제 전쟁이고 제2의 건국 전쟁인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월26일 경기도당 도의원·부위원장단 연찬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내세운 논리 그대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장동혁 대표의 주장은 한마디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종북 반국가 세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런가요?



6월3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날 취임 선서를 하고 대국민담화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냅시다.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습니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도 없습니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입니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습니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습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습니다.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 대한민국 경제 영토를 확장해나가겠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 일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 발언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종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하긴 대선 직후 미국 백악관 관계자도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견고하다. 한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중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우려하고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느닷없이 중국을 끌고 들어간 것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반미 친북’이나 ‘반미 친중’으로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대해 미국의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한국의 명복을 빈다.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장악했고 오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미국 마가(MAGA)의 핵심 인물 스티브 배넌도 “한국은 망했다”고 했습니다. 정말 한심하지 않습니까?



국내외의 이런 시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대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구축한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 노선은 문제가 많은 것이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그대로 승계했습니다. 취임 직후 이시바 일본 총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노선을 확인했고, 이번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재확인했습니다.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약속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 외교 때문에 악화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11년 만에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원-위안 통화 스와프를 비롯해 7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국내 분단 기득권 세력과 미국 극우 인사들의 전망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이 이처럼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실천하는 이유가 뭘까요? 첫째, 이재명 대통령은 본래부터 실용주의자였기 때문입니다. 둘째, 대한민국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첫번째는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대선을 전후해 이재명 대통령의 이념에 대한 책이 몇 권 나왔습니다. ‘진짜 보수 이재명-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이재명의 따뜻한 실용주의’ 등입니다.



두번째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독재자였던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고 탄압했지만, 정작 외교에서는 국익 중심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습니다. 미국에도 당당히 맞섰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전쟁 휴전 협상 중에 미국에 상호방위조약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이 거부하자 반공포로를 석방해 자신의 뜻을 관철했습니다. 독도를 지키기 위해 ‘이승만 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침범하는 일본 어선들을 나포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작전권 회수 및 자주국방 추진으로 미국에 맞섰습니다. 핵무기도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자였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기자회견에서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물은 일본 기자에게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아마 일본 언론도 대한민국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극좌인데’ ‘걱정되는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일본이 요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크게 걱정을 안 하지 않나. 다카이치 총리께서 개별 정치인일 때와 일본 국가의 경영을 총책임질 때 생각과 행동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달라야 한다. 직접 만나 뵙고 상당한 시간 대화를 나눠보니 똑같은 생각을 가진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한-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 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한-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 기자단


바로 그렇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입니다. 이념이나 가치보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분단 기득권 세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빨갱이” “반미”라고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의 도움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남북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파병까지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극진히 대우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주선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분단 기득권 세력에 경고합니다. 이제 그만하시기 바랍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반미, 반일, 친중, 종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정체성과 체제를 부정하는 극우 세력임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오른쪽 끝에 서 있으면 세상이 온통 좌파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철 지난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은 극우 세력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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