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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국가 법률 지원만 찾으시나요…해답 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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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국가 법률 지원만 찾으시나요…해답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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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한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이사장 인터뷰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벼랑 끝으로 몰린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립준비청년, 외국인노동자, 미혼모,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이 심해지면서 임금체불, 전세사기, 불법추심 등 이들에게 치명적인 법적 분쟁이 폭증한 탓이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세사기는 10배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불법추심 사건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임금체불은 올해 8만건을 넘어섰다.

사회적 약자를 노린 범죄 손길이 곳곳에 도사리지만, 피해 구제 신청조차 버거운 사람이 대다수다. 변호사를 찾아갈 돈과 시간이 없어서다. 피해자 중엔 요건 충족에 실패해 국가서 운영하는 구제기관인 법률구조공단의 조력도 못 받는 이도 적잖다.

최소한의 법적 구제도 받지 못하는 약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단체가 있어 주목받는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운영하는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이다. 사회적 약자의 무료 소송 대리를 적극 지원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민간단체인 변협에서 법률구조재단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또 법률구조공단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문한 이사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양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27기/ 2019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 2020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2020년 법무연수원 부원장/ 2021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현)/ 2025년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장(현)

한양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27기/ 2019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 2020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2020년 법무연수원 부원장/ 2021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현)/ 2025년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장(현)


Q. 잘 알려진 법률구조공단과 달리,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은 다소 생소하다. 재단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A.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은 2003년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변협 소속 변호사들 중심으로 ‘법률 구조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재단이 생기기 전까지는 위원회 형식으로 알음알음 봉사활동 형식으로 법률 구조 업무를 진행했다. 더 많은 피해자를 구조하려면 체계적인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2003년 정식 공익법인으로 출범했다. 이사장을 포함해 이사 등 임원 15명, 사무총장과 부장 등 사무국 8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차상위계층, 탈북민, 재소자, 외국인근로자, 난민 등 다양한 취약계층에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Q. 법률구조공단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우선 법률구조공단은 600억원가량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즉, 국가에서 운영한다. 반면 재단은 민간 재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재단이다. 법률구조공단은 변호사들이 월급을 받고 소속으로 일한다. 재단은 다르다. 구조재단에 등록된 소송 수행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Q. 재단만의 강점이 있다면.

A. 재단은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조차 못 받는 이들’을 돕는 단체라 생각하면 쉽다. 법률구조공단은 훌륭한 부서지만 공공기관이란 특성상 사각지대가 생긴다. 공단은 중위소득 150% 이하, 소송가액 3억원 이하 등 법적 요건이 명확해 대상이 제한적이다. 또, 공공기관이라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을 맡지 못한다. 난민, 탈북민, 재소자 등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취약계층은 구조공단 도움을 받기 어렵다. 공단은 쌍방 대리가 금지다. 만약 사회적 약자끼리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상대방이 먼저 법률 구조를 신청하면 다른 쪽은 공단 도움을 받지 못한다. 반면 재단은 민간단체라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국가가 피고인 경우에도 소송 대리가 가능하다. 또, 소속 변호사가 일을 맡는 것이 아닌, 변호사를 이어주는 체계다. 쌍방 대리 역시 문제없다.


또, 소속 변호사 개개인의 능력이 우수하다. 기본적으로 변협에 소속된 변호사들 중 전문가를 찾아 사건을 맡긴다. 전세사기, 임금체불 등 각 분야에 통달한 변호사가 소송을 담당한다. 승소율이 80%는 거뜬히 넘는다.

Q.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플랫폼 형태라는 말이 흥미롭다. 어떤 식으로 법률 구조를 진행하나.

A. 우선 법률 구조가 필요한 인원이 재단을 방문하면 접수를 받는다. 구조 대상 요건에 부합한지 확인한다. 당사자가 조건을 충족하면 지원을 시작, 법률 소송을 맡아줄 변호사와 연결시켜준다. 법률 구조를 받는 사람은 비용을 따로 낼 필요가 없다. 100% 무료다. 사건을 수임할 변호사가 정해지면, 소송 수행 실비를 변호사에게 지급한다. 150만~200만원 수준에서 실비가 정해진다. 실비는 재단이 확보한 재원에서 나간다. 이런 식으로 연간 1000건 정도의 소송을 수행한다.

재단 방식은 나름의 선순환 구조다. 변호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우선 공익활동 참여 계기가 된다. 프로보노(공익 법률 봉사) 형식이지만 어느 정도 소송 실비도 지원받는다. 청년 변호사, 소규모 개업 변호사들의 참여도가 높다. 다양한 사건을 맡으며 실력을 쌓는 계기도 된다. 대다수 변호사가 법률 구조 때 얻은 수익 일부를 다시 재단에 후원금으로 낸다. 피해자는 무료 법률 구조 기회를, 변호사는 실력 상승과 공익 봉사 기회를 얻는 ‘윈-윈’ 체계를 갖췄다.


Q. 재단이 수행한 주요 법률 구조 사례를 알려달라.

A. 재단의 강점이 명확히 드러난 사례가 몇몇 있다. 한국인 아버지를 찾는 해외 외국인을 대리해, 친자확인 소송부터 양육비 소송까지 진행해 승소한 건, 교도소 재소자 이송 중 사망 사건에 대해 국가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배상 판결을 이끌어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난민인정 소송에선 유엔난민기구와 협력해 승소하기도 했다. 도가니 사건, JMS 피해자 고소 대리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들도 많이 맡았다. 모두 국가기관인 공단이 수행하기 어려운 사건을 민간 차원에서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례들이다.

Q.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어려운 점도 많을 텐데.

A.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2003년 재단이 창설될 때는 후원도 많았고 대형 로펌들의 참여도도 높았다, 잘 운용이 됐으나 점차 법조계 구성원들 참여도가 줄어들었다. 법률 구조가 필요한 사건 건수는 늘어나는데 후원은 한계가 분명했다. 결국 예산이 많이 줄었다. 재단 이사장으로서 최대한 많은 취약계층을 돕고 싶다. 능력은 충분하다. 전국적으로 재단에 등록된 소송 수행 변호사가 1400명이라, 1년에 2000건은 거뜬하다. 다만 2000건을 수행할 재원이 부족하다. 이사장 취임 후 재원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중이다. 대형 로펌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을 독려하고, 기업 후원도 본격적으로 받고자 한다. 또 다른 목표는 정부보조금 확대다. 현재 정부보조금 예산이 2억5000만원 규모다. 현재 정부보조금 예산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보조금 규모가 다소 아쉽다. 이번 국회 심사 과정에 잘 설명해서 증액 통과가 목표다.

개인 소액 후원으로 5만~10만원씩 내는 분들도 많다.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해,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최대한 품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싶다.


Q. 이사장 취임 후 사무실을 서초동에서 광화문으로 옮겼다. 이유는.

A. 재단이 서초동에 있을 때는 변호사회관 지하에 사무실이 있었다. 근무 환경 개선에 어려움이 컸고, 기업 후원을 받을 때도 여러 애로사항이 존재했다. 서울변호사협회의 지원을 받아 광화문 서울변호사회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광화문은 기업 사무실과 대형 로펌이 밀집한 지역이다. 재단을 키우기 위해선 기업, 대형 로펌과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광화문 이전 후 활발히 기업, 로펌 등 다양한 단체와 MOU를 맺고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업, 로펌, 언론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Q. 이사장으로서 향후 목표를 전해달라.

A. 첫째는 재원 안정화다. 지속 가능한 후원 구조를 만들어 재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둘째는 소송 참여 변호사의 전문화다. 각 전문 분야의 변호사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전관 출신 등 경력과 노하우가 많은 경력 변호사들과 연계하려 한다. 경험 많은 전관 변호사들을 멘토단으로 구성하는 등 방안을 준비 중이다. 사건 수행 역량을 더욱 높이려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10대 로펌의 공익재단들과 연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기후 소송, 환경피해 소송 등 사회적 이슈를 함께 다루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변호사법이 명시한 공익 의무를 실천하고, 프로보노 활동의 중심 플랫폼으로 재단을 공고히 만들겠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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