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내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멀쩡한 '주택'인 줄 알고 샀더니 '위반 건축물'이어서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근생빌라'의 집주인들이다. 하지만 근생빌라는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위반 건축물 양성화 계획'에서 번번이 빠졌다. 2014년에 이어 11년 만에 진행되는 이번 '양성화 작업'에선 다를까.
2014년에 이어 11년 만에 '위반 건축물'을 양성화陽性化(일종의 합법화)한다. 국토교통부가 10월 1일 위반 건축물 양성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국회와 논의를 거쳐 위반 건축물의 '양성화 대상'을 넓히겠다는 게 골자다.
위반 건축물이란 말 그대로 법을 어긴 건축물이다. 법적으로 취사ㆍ바닥난방 등의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곳에 관련 시설을 만들어놓은 건축물을 일컫는다. 불법 증축한 건물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법을 어긴 건축물을 양성화하려는 걸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고질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국내 건축주(건물을 짓는 주체)는 다세대ㆍ다가구 주택 등을 지을 때 불법 증축을 꾀하거나 불법 시설물을 설치한다. 그래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는 '근생빌라'라고 불리는 근린생활시설(법적 용어)이다.
사실 근생빌라의 목적은 상업용이다.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어서 취사시설이나 바닥난방시스템을 설치하면 위법이다. 하지만 일부 건축주는 건설ㆍ사용허가를 받은 후 취사ㆍ바닥난방 시설을 설치하는 식으로 법망을 피해간다. 그래야 '주택'으로 둔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행위는 실거주자인 '집주인'이 아닌 건축주나 분양사업자가 주도한다. 건축주가 '위반 건축물'을 지은 후 분양하면 정작 집주인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반 건축물의 '사후事後 문제'는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다. 지자체가 해당 건축물을 '법 위반'을 이유로 적발하면 집주인은 취사ㆍ바닥난방 등 시설을 철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2019년까진 최대 5회만 납부하면 '위반 건축물'이란 딱지를 뗐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설을 철거할 때까지 '무제한 부과'된다. 불법 시설물을 설치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모든 책임을 애먼 '집주인'이 져야 하는 셈이다.
이런 모순을 풀기 위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적지 않다. 22대 국회에서도 총 12건의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특정건축물정리법)'을 발의했다. 그중 근생빌라를 양성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7건이다. 모든 근생빌라를 구제해준다는 건 아니다. 전용면적 85㎡ 이하로 서민의 주거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면적의 '근생빌라'에 한정했다.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특정건축물정리법을 대표 발의한 천준호 의원실(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최대한 넓게 범위를 잡아 위반 건축물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게 이번 법안 발의의 목적"이라며 "근생빌라를 법안에 포함한 발의안 대부분이 비슷한 취지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 | 연합뉴스] |
다만, 정확한 양성화 대상은 국정감사가 끝난 후 열리는 법안 소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 자리에서 국회와 국토부가 특정건축물을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지를 두고 협의한다. '근생빌라를 포함해야 한다'는 발의안이 7개나 나왔지만 양성화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근생빌라는 2014년에 이어 '양성화 대상'에서 또다시 빠져버린다. 2014년 특정건축물정리법을 근거로 양성화됐던 건 주택(다세대ㆍ다가구 등)이었다. 언급했듯 법적으로 '주택'이 아닌 근생빌라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11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위반 건축물 양성화 대상에 '근생빌라'가 포함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취사시설 설치도 바닥난방 설비 시공도 직접 하지 않은 집주인이 구제될 길은 있을까. 현재 '무한 이행강제금'의 덫에 빠진 근생빌라는 4303호(2020~2023년 누적)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