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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노리는 미용업체 ‘강매’... 웨딩박람회 돌고 대기업 기숙사 원정까지

조선일보 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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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노리는 미용업체 ‘강매’... 웨딩박람회 돌고 대기업 기숙사 원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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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4년새 2배 증가
서울 강남구의 한 피부관리 업체의 무료 체험 홍보 문자. 방문 시 추가 서비스 영업이 1시간 가까이 이뤄진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x(옛 트위터) 캡처

서울 강남구의 한 피부관리 업체의 무료 체험 홍보 문자. 방문 시 추가 서비스 영업이 1시간 가까이 이뤄진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x(옛 트위터) 캡처


결혼을 앞둔 윤모(30)씨는 지난 6월 경기 화성에서 열린 웨딩 박람회를 찾았다가 12회에 151만원 하는 피부 관리 서비스를 결제했다.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피부 관리를 받아야 한다”며 집요하게 따라붙는 피부 관리 업체의 설득에 넘어갔다. 며칠 뒤 서울 강남에 있는 업체를 찾자 이번에는 160만원을 더 내면 20회 추가 시술해 주겠다고 했다. 업체 측은 1시간 넘게 설득을 이어갔고 결국 윤씨는 추가 결제를 했다.

그런데 그 뒤 업체 측이 돌연 말을 바꿨다. 160만원을 추가로 결제하면서 약속한 20회 시술이 웨딩 박람회 때 결제한 151만원짜리 12회 시술과 별개가 아니라, 8회 추가 시술 비용이라는 얘기였다. 윤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이를 거절했고 사기 혐의로 고소도 가능하다는 변호사 상담 결과를 들이민 뒤에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젊은이들을 겨냥한 피부 관리 업체들의 영업에 넘어가 낭패를 봤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에는 피부 관리 업체들이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일대에서 행인에게 무료 시술 쿠폰을 뿌리며 ‘한 명만 걸려라’는 식으로 고객을 유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비 신부·대기업 직장인 등을 겨냥해 세일즈에 나서는 양상이다.

피부 관리 업체들이 구매력이 있는 고객을 집중 공략하면서 피해 구제 민원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피부·체형 관리 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 접수 건수는 2020년 197건에서 2024년 404건으로 4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올해 1~8월 접수된 피해 구제 건수도 307건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작년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피부 관리 업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대기업 기숙사까지 원정도 나간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지난해 10월쯤 경기 이천의 한 대기업 기숙사 인근에서 강남역 인근 피부 관리 업체에서 진행하는 무료 시술 체험 쿠폰을 받았다. 업체를 찾자 상담 실장은 1회당 30만원짜리 ‘경락 마사지’ 묶음 상품을 권했다. 김씨는 “무료 시술 체험을 하기 전에 계속 결제를 설득하는 바람에 600만원을 썼다”며 “당시 한창 기업별 상여금 액수가 인터넷에 알려지던 시점이라 회사원이 밀집한 장소를 골라 접근한 것 같다”고 했다.

‘강매’ 행위는 단속이나 처벌이 쉽지 않다.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금이나 폭행·협박 등이 없다면 공갈이나 강요죄로 처벌하기 어렵고, 무료라고 속인 뒤 돈을 받는 게 아니라면 사기죄도 성립하기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현명한 소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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