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늪에 빠진 구단이 선택한 새 사령탑은 루치아노 스팔레티(66)다.
33년 만에 나폴리를 세리에A 정상으로 올려놓은 ‘전술의 마법사’이자 김민재를 세계적 수비수로 키운 장본인이다.
유벤투스는 31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스팔레티 감독과 2026년 6월 30일까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스팔레티는 지난 6월 이탈리아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지 넉 달 만에 다시 세리에A 무대로 복귀했다.
이고르 투도르 감독은 부임 7개월 만에 경질됐고 구단은 위기 수습을 위해 즉시 스팔레티에게 손을 내밀었다. 8개월 단기 계약이지만 챔피언스리그 진출 시 자동 연장 조항이 포함됐다.
스팔레티는 이미 세리에A 역사에 깊이 각인된 이름이다. 1990년대 중반 엠폴리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해 세리에C에서 A까지 연속 승격을 이뤘다. 이후 우디네세, AS 로마, 인터밀란,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치며 이탈리아 축구계 대표 전술가로 자리 잡았다. 로마 시절엔 프란체스코 토티를 ‘가짜 9번(펄스 나인)’으로 기용해 공격 전술의 새 패러다임을 열었다.
그가 지도자로서 완전히 빛을 본 시점은 2021년 여름 나폴리 부임 이후였다. 당시 나폴리는 주전 선수 줄이탈로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스팔레티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로 팀을 재건했다.
특히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뛰던 김민재를 과감히 영입해 주전으로 중용했다. 아시아 수비수 편견이 여전하던 세리에A 무대에서 그의 결단은 파격이었다.
결과는 완벽했다. 김민재는 압도적인 수비력으로 리그 최고 센터백으로 성장했고 나폴리는 33년 만에 세리에A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스팔레티 축구는 점유율이 높지만 지루하지 않다. 공을 오래 잡되 목적 없는 점유를 지양한다. 상대 약점을 찾아내는 ‘공격형 점유율 축구’, 그것이 스팔레티표 축구 핵심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23년 여름 나폴리를 떠난 그는 이탈리아 대표팀을 맡았지만 유로 2024 16강 탈락과 월드컵 예선 부진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승률은 50% 남짓. 경기력도 매끄럽지 않았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결국 지난 6월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카타르 구단의 거액 제안을 받았지만 스팔레티는 거절했다. “돈보다 내 축구가 더 중요하다”며 다시 세리에A 복귀를 선언했다.
유벤투스가 스팔레티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기 반등이 아니다. 최근 4~5년간 구단은 갈피를 잃은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안드레아 피를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티아고 모타, 그리고 투도르까지. 감독이 바뀌면 기존 전술은 사라졌고 주축 선수진도 일관되지 않았다.
이런 배경 속에 김민재 이름이 다시 거론된다. 스팔레티는 과거 “김민재는 천재적인 수비수”라 극찬한 바 있다. 유벤투스가 수비 리더를 찾고 있고 김민재가 스팔레티 전술에 완벽히 들어맞는 카드란 점에서 재회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실제 유벤투스는 지난여름에도 김민재 영입을 타진했다. 이번엔 그때보다 훨씬 강력한 명분이 있다.
유벤투스 데뷔전은 11월 2일 크레모네세 원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 리그 7위로 주저앉은 유벤투스가 반등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팔레티는 이미 나폴리에서 한 시즌 만에 기적을 쓴 지도자다. 다만 이번 무대는 다르다. 유벤투스 팬들은 나폴리보다 훨씬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고 언론 시선 역시 더 냉정하다. 한 경기, 한 장면, 한 인터뷰가 곧 평가 기준이 된다. 스팔레티가 토리노의 강한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국내외 축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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