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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학점’ 국감 막말·고성만 남았다

헤럴드경제 양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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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학점’ 국감 막말·고성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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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최민희 향한 막말 공방
“국감 취지 벗어나고 무질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실시된 첫 국회 국정감사에서 14개 상임위원회가 종합감사를 마쳤다. 겸임상임위인 운영위·정보위·성평등가족위 감사까지 마무리되면 25일 간의 일정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번 국감도 매년 반복되는 피감기관 망신 주기와 여야 의원 간의 막말·고성만 남은 ‘맹탕’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상임위원장의 ‘마이크 독점’과 의원들의 ‘자기 정치’가 정책 질의가 실종된 국감장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국감은 점수로 따지면 C도 받지 못할 정도로 국감의 본질, 취지에서 벗어나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상임위원장의 혼사 문제, 가족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증인을 부르는 문제에 있어서도 정쟁만을 거듭했다”며 “국감 자체에 내용이 없다면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질서를 지키고 서로 존중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막말만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여야 정쟁의 최전선이 된 곳은 법사위였다. 첫 감사 일정이었던 지난 13일 대법원 국감부터 여야 의원들은 서로를 향한 고성을 주고받았다. 당시 친여당 성향인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사진과 함께 ‘조요토미 희데요시’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면서 여권에서도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 주도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에서는 의원 개개인이 주목받기 위해 벌이는 ‘쇼츠 정치’가 논란이 됐다. 감사가 실시되는 도중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복도에 나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기 위한 사진과 영상을 찍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유성 감사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사위는 종합감사가 실시된 전날(30일)에도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꽥꽥이”·“서팔계” 설전을 벌이는 등 마지막까지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방위 국감은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문자 폭로’ 공방을 벌이면서 욕설까지 난무했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감사 도중 박 의원이 자신에게 ‘이 찌질한 X아’라고 문자를 보낸 것을 공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의 휴대폰 번호가 유출됐다. 박 의원은 이를 문제 삼으며 김 의원을 향해 “한심한 XX”라고 말했다. 두 의원의 갈등은 이틀 뒤인 16일에도 계속되면서 이례적으로 국감 중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기도 했다.

국감 후반부에는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관련된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딸 결혼식에서 피감기관과 기업 등으로부터 화환과 축의금을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보도 개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20일 국회 과방위 MBC 비공개 업무 보고 중 최 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보도가 불공정하다며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최 위원장은 전날 종합감사에서 딸 결혼식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이런 논란의 씨가 없도록 좀 더 관리하지 못한 점이 매우 후회되고 아쉽다. 제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국감에선 상임위원장의 발언권 독점과 회의진행 방식도 문제로 떠올랐다. 시민단체 국정감사 NGO 모니터링단은 최근 펴낸 ‘2025년 국감 중간평가 보고서’에서 이번 국감을 “F학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감이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열흘간 각 상임위 국감 중 위원장의 발언·질의 시간이 의원들의 평균 질의 시간보다 3배 이상 많았던 국감장은 8곳이었다. 법사위가 4곳으로 가장 많았고, 과방위 2곳, 국토교통위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가 각각 1곳이었다. 보고서는 특히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경우 거의 모든 국감 일정 중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며 “국감 시간의 10% 이상 마이크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