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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시험 재개” vs 러 “美하면 우리도”…불붙는 ‘핵경쟁’

헤럴드경제 정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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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시험 재개” vs 러 “美하면 우리도”…불붙는 ‘핵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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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년내 핵 2·3위 러·中에 따라잡혀”
트럼프, 33년만에 ‘핵정책’ 급선회 지시

러 “‘포세이돈’ 결코 핵시험 아냐” 부인
“누구든 핵시험 유예 깨면 맞대응” 경고

中, 신장 핵실험장 재건 징후·핵무기 과시
韓 핵잠·북핵 맞물려 동북아 핵긴장 고조
지난 2018년 7월 러시아 국방부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공개한 러시아의 포세이돈 핵 탑재 잠수함. [로이터]

지난 2018년 7월 러시아 국방부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공개한 러시아의 포세이돈 핵 탑재 잠수함.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3년간 유지해온 핵무기 시험 중단을 깨고 미 국방부(전쟁부)에 핵무기 시험 재개를 지시하자 러시아가 즉각 반응했다. 러시아는 “최근 진행한 신형 무기 실험이 핵폭발 시험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누구든 핵시험 유예를 깬다면 러시아도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한다면 냉전 종식 이후 유지돼온 국제 핵비확산 체제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미국으로선 1992년 네바다에서 이뤄진 이른바 ‘디바이더’ 실험 이후로 핵시험을 중단해온 ‘핵정책’을 33년 만에 급선회하는 셈이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핵보유국들이 핵무기 증강 경쟁을 본격화하고 북핵에 지난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요구에 화답해 승인한 핵추진잠수함 건조까지 맞물려 동북아 핵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 “최근 실험 핵시험 결코 아냐”=30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거듭 밝힌 입장을 상기하고 싶다”며 “핵시험 유예 조치가 여전히 유효하다. 누군가 (핵시험) 유예를 어기면 러시아는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맞대응을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 직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다른 나라들의 시험 프로그램으로 인해, 러시아·중국과 동등한 기준에서 미국의 핵무기 시험을 개시하도록 국방부(전쟁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절차는 즉각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싫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없다. 러시아가 2위, 중국은 뒤처진 3위지만 5년 뒤면 미국과 동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금까지 누군가 핵시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부레베스트니크 실험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핵시험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부레베스트니크 실험은 푸틴 대통령이 전날 밝힌 핵무기 탑재 가능 미사일 실험을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사거리가 ‘무제한’이라는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 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와 핵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시험 재개 지시는 이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해석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부레베스트니크와 포세이돈 시험에 대한 정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확히 전달됐기를 바란다”며 “이 시험들은 어떻게든 핵시험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핵시험 유예 조치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핵탄두 보유국인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90년 마지막으로 핵무기를 시험했고, 미국은 1992년, 중국은 1996년을 끝으로 유예 조치에 합류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은 주권 국가이며 주권적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며 핵시험 재개 의사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에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새로운 군비 경쟁이 촉발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러시아와 미국 간 대화가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는 평가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내년 2월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1년간 자체 연장하자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아직 미국은 실질적인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스타트 연장과 핵시험은 약간 다른 주제”라며 현재 양국 간 핵 군축 관련 자세한 전문가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불안정화 행동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부레베스트니크 미사일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하로바 대변인은 “부레베스트니크와 같은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취해진 조치”라며 “러시아는 국가 전략 억제력과 자산의 효과와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부레베스트니크에 대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핵 추진 동력으로 오랜 시간 저공으로 비행할 수 있어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中 신장 롭누르 핵실험장 지하핵실험 준비 징후...미·중·러 긴장 핵으로 확산 우려=미국과 러시아가 ‘핵 충돌’을 가시화한 가운데 중국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핵실험장을 건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롭누르 핵실험장을 재건하는 장면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전문가 레니 바빌스와 제이슨 왕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롭누르 핵실험장의 상업용 원격탐사 데이터 분석 결과 거의 30년 만에 핵실험 준비 징후가 드러났다.

이러한 확장은 다른 중국 핵무기 프로그램의 다른 주요 진전과 맞물려 있으며 중국이 새로운 핵무기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지하 핵실험을 실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바빌스 등은 주장했다.

중국은 1996년 9월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에 서명하고 비준은 하지 않았으나 조약에 대한 지지를 선언해 왔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5종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도 근래 해군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어 동북아 핵 긴장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북한은 올해 5000톤(t)급 구축함인 ‘최현호’, ‘강건호’를 잇따라 진수하고,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핵잠수함 건조에도 돌입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현재 핵 비확산 체제는 엄청난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러시아, 중국, 미국은 핵 비확산 체제 운영의 기본 원칙에 대해서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핵무기 분야는 중국과 미국간 상호 불신이 계속 심화되는 분야 중 하나로 양측이 단기적으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