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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 백신에 정보 빼고 유통…팬데믹 특례 여전해 관리 체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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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 백신에 정보 빼고 유통…팬데믹 특례 여전해 관리 체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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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코미나티엘피에이트원프리필드시린지.

화이자 코미나티엘피에이트원프리필드시린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코로나19 백신에 관련 정보를 명확히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특례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오접종 및 추적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된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화이자 백신(코미나티엘피에이트원프리필드시린지)은 제품명, 제조번호, 사용기한 등이 수기로 표시돼 있을 뿐 이외의 정보가 담긴 바코드나 QR코드가 부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더나 백신(스파이크박스엘피주) 바코드가 부착돼 있지만 국제 표준 양식을 따르지 않아 오접종 및 사후 추적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백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돼 표시·검사 의무에 대한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 제20조에 1항에 따르면 위기 대응 제품의 표시나 검사를 생략할 수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해당 법의 특례 적용으로 백신에 정보를 표시하는 의무가 면제된다. 모든 코로나19 백신은 위의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조항의 2항에서는 제품명, 제조번호, 사용기한 등 주요 정보를 용기 및 포장에 기재하고 그 밖에 필요한 정보를 전자적 방법 등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의 취지상 백신 정보를 완전히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정보와 함께 전자적 방법으로 필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국내 백신은 일반적으로 박스에는 GS1-128(상품식별코드, 유통기한, 제조번호, 일련번호), 개별 용기에는 GTIN-13(상품식별코드) 코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기본 정보 외에 전자적 방법이 적용되지 않았고 모더나 백신에는 표준코드 적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은 위기대응 의료제품에 대한 표시 등 특례에 따라 바코드(표준코드)를 표시하지 않고 완화된 기준으로 국내에 공급 중”이라며 “매년 균주가 5~6월에 결정돼 코로나19 절기접종 시기에 맞춰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중보건 위기 대응 의료제품 지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유럽연합(EU)은 이미 일반 허가 체계로 전환해 표준코드와 전자표시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제조번호 수동 입력 등 비표준 관리 방식을 유지 중이다.

국내 백신 관리 체계는 국제 기준보다 추적성이 떨어진다. 미국 등 주요 국가는 GS1 코드, NDC 코드와 같은 국제 표준을 도입해 접종자 단위까지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한다. 그러나 국내는 박스 단위 관리에 머물러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박스 전체를 회수·조치하는 수준에 그친다. 개별 시린지나 바이알 단위의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대다수 중소 병·의원과 보건소에서는 간호 인력이 백신 보관부터 선택, 접종, 기록까지 모든 과정을 맡는다. 환자가 몰리면 접종부터 진행한 뒤 전산 등록을 나중에 몰아서 입력해 접종 내용과 입력 정보가 다른 경우가 발생한다. 오접종 후 문제가 생겨도 백신은 즉시 폐기돼 어떤 주사제가 사용됐는지 사후 확인조차 어렵다.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 제20조 항목.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 제20조 항목.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백신 관리 체계의 한계와 법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종료됐음에도 특례법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례법은 팬데믹과 같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백신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당시 접종 시기와 긴급 수급 필요성이 고려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팬데믹 당시 신속한 백신 공급을 위해 표시·전자코드 생략이 허용됐지만 WHO가 엔데믹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외 조항이 유지되는 것은 문제”라며 “이로 인해 ‘누가 어떤 백신을 맞았는가’를 정확히 추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이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특례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려면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위기 단계가 완전히 해제돼야 한다. 현재 코로나19는 4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고 위기경보 수준은 계절 인플루엔자와 같은 ‘관심’ 단계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위기경보가 해제되면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지정도 해제돼 의약품 표시 및 기재사항 등 관련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단계 해제 이후 백신의 적기 공급을 위해 식약처와 대응 방안을 지속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이와 관련해 해당 법의 소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여러 차례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투데이/이상민 기자 (imfacto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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