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간판 토크쇼들, 李대통령 금관 선물 주목… “트럼프, 그냥 한국서 王해라”

인기 시사 토크쇼들 모두 아이템으로 다뤄
금관 선물에 “마치 아이들에 포켓몬 카드를…“
치즈버거 식단도 주목 ”트럼프는 버거킹“

NBC 방송의 시사 토크쇼 진행자인 세스 메이어스가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선물한 금관을 주제로 발언을 하고 있다. /NBC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선물한 천마총 금관 모형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이 대단하다. 평소 왕실에 대한 호감이 남다른 트럼프는 이 선물을 받고 수행원에게 추후 들어설 자신의 기념관에 전시하라고 당부할 정도로 만족감을 드러냈는데, 화제성 측면에서도 미국 내에서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회담 이후 ABC 방송의 지미 키멀, NBC의 지미 팰런·세스 메이어스, CBS의 스티븐 콜베어 등 시사 이슈를 소재로 토크쇼를 하는 정상급 진행자들이 모두 금관을 주제로 다뤘다.

이들은 주로 정치·사회 이슈를 갖고 풍자를 즐겨하는데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해 ‘트럼프 비판’이 단골 소재가 된다. 이 때문에 지난달 트럼프의 압박에 키멀이 진행하는 ‘지미 키멀 라이브’가 잠정 제작 중단을 선언했지만, 미국 내 언론의 자유에 관한 논란이 커지면서 역풍이 불어 1주일 만에 방송 재개를 선언했다. 키멀은 “한국 정부가 수백만명이 왕을 원하지 않는다며 외친 ‘노킹스(No Kings)’ 시위를 보고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이 선물로 딱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대통령이란 사람이 얼마나 쉽게 조종당하는 건지 정말로 창피하다. 마치 아이들에게 포켓몬 카드를 쥐여주는 것과 같은데 그냥 한국에서 왕이나 해보는 게 어떠냐”라고 했다.

ABC 방송의 시사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 /ABC

트럼프 정부 등쌀 끝에 내년 5월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더 레이트 쇼’의 콜베어는 “나는 한국인들이 트럼프에게 아부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트럼프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커다란 황금 왕관을 줬다”고 했다. 트럼프가 방한 기간 숙소인 경주 힐튼호텔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케첩을 많이 달라고 요구한 것이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는데, 콜베어는 “말 그대로 한국인들이 트럼프를 버거킹(Burger King)으로 만들었다”고 말해 스튜디오 방청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 방송에서는 이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서 트럼프 맞은편에 관세 문제로 ‘앙숙’이 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앉게 된 좌석 배치도 주요하게 다뤘다.

메이어스는 “트럼프는 특별 대우를 받을 때를 좋아하고 아시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카메라가 사라지자마자 금관을 써볼 수 있냐고 묻더라. 오래된 왕관을 쓰면 오래전에 죽은 왕의 분노를 살 위험이 항상 따르지만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는 마치 언약궤(성경에 등장하는 금박을 입힌 나무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데 유령들이 그의 주위를 맴돌면 그들 모두를 즉시 내각에 채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트럼프 주변과 내각의 주요 인사들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트럼프는 왕실 대접을 정말 간절히 원하는데 자국에서도 같은 대접을 받고 싶어한다”며 “그러니 중국의 권위주의 정부를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NBC 방송의 시사 토크쇼 진행자 지미 팰런. /NBC

키멀은 “오늘 트럼프가 아시아의 마지막 순방지인 한국을 찾았다”며 “트럼프가 한국 대통령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을 텐데, 그 첫 질문은 ‘당신은 어떤 악마 사냥꾼(demon hunter)입니까’였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언급한 농담이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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