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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3년 뒤 충격…핵잠수함 앞서 핵연료 독립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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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3년 뒤 충격…핵잠수함 앞서 핵연료 독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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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복 원자력학회장 “핵연료 수급 안정 대책 시급”
韓,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 30% 넘어 의존도 심각해
2028년 러시아산 수입 중단 전에 한미 협정 손봐야
파이로프로세싱 韓 기술 필요 “잘되면 3600년치 확보”
[창원=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이 국제적으로 중단되는 2028년 이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3년 뒤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핵추진 잠수함보다 먼저 핵연료 수급 안정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복 회장은 30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 2025 추계학술발표회 직후 이데일리와 만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자력을 강조하며 의지를 보인 이재명 대통령에 감사하다”면서 “이번 회담 이후 원자력 산업계는 긍정적 기회이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한국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화답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면 한국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에 대해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주면 더 빠른 속도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핵추진 잠수함 개발·운용을 위해선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 확보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불가피하다.

관련해 이기복 회장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핵연료의 안정적 수급의 중요성부터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핵연료 비용이 굉장히 올랐고, 2028년부터는 러시아산 핵연료를 안 쓰겠다는 국제적 움직임도 있다”며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가 핵추진 잠수함이든 원전이든 안정적 핵연료 공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광물 상태인 우라늄을 농축해 실제로 핵연료로 만드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전세계 핵연료 시장에서 3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원전에 사용하는 핵연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 약 30%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국제 농축 우라늄 가격이 급등했고,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같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장을 겪은 미국은 2028년부터 러시아산 핵연료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독립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 회장은 “이 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러시아산 의존도를 미리 줄여 나가지 않으면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충격이 현실화 되기 전에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연료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 논의 과정에서 우리가 직접 핵연료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며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국제 공동으로 농축 시설을 만들었으면 한다. 러시아 의존도를 낮춰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1962년 경기 포천 출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석사·박사 △미국 버클리대 박사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기획팀장·연구관리부장·정책연구부장·소통협력본부장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지주 이사회 의장 (사진=한국원자력학회)

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1962년 경기 포천 출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석사·박사 △미국 버클리대 박사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기획팀장·연구관리부장·정책연구부장·소통협력본부장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지주 이사회 의장 (사진=한국원자력학회)

아울러 이 회장은 사용후 핵연료(Spent Fuel) 재처리를 통한 핵연료 자립 필요성도 제기했다. 핵추진 잠수함 논의 과정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에 규정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제약 조항’을 개정·완화하자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등의 기술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면 90% 이상 재활용할 수 있다”며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면 이론적으로 3600년 정도의 원전 연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전을 돌리고 나면 사용후 핵연료(Spent Fuel)가 부산물로 나온다.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능이 강하고, 부피가 크며, 보관 비용 부담도 크다. 고리 원전 등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아직 쓸 수 있는 우라늄 등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로, 이 기술을 적용하면 포화 시점을 늦출 수 있다.

이 회장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 부피·독성을 감축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과 미국과 공동연구하는 기술을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핵추진 잠수함 개발,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부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